‘알쏭달쏭’ 치유의 섬, 넌 정체가 뭐니?
상처입은 ‘과도기’ 아이들의 생활
의문스런 모습에 담은 장편 동화
의문스런 모습에 담은 장편 동화
〈움직이는 섬최나미〉
글·최정인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아빠가 때리니? 엄마가 같이 죽자고 하니? 그런 엄마·아빠마저도 없니? 그래서 갈 곳이 없니? 그럼 나한테 오렴. 최나미씨의 장편동화 <움직이는 섬>에는 온통 상처투성이 아이들뿐이다. 엄마·아빠의 보호 속에 ‘정상적으로’ 사는 아이는 없다. 진규는 아빠한테 맞는 것보다 덜 다칠 것 같아서 2층에서 뛰어내렸다. 수정이는 자살하는 엄마에게 이끌려 강제로 강물에 투신했다가 목숨을 건졌다. 지헌이, 민혜는 그런 부모마저도 없다. 담이한테만 유일하게 제대로 된 엄마가 있다. 하지만 그나마 아빠는 없고, 학교에서는 ‘서열 싸움’을 피해다니다 왕따 신세다. ‘움직이는 섬’은 이런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다. 이 신비한 섬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 물길을 열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은 천재적인 방법으로 섬을 누리며 논다. 다만, 놀기 전엔 아이들 스스로 지키기로 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상처투성이 아이들이 모인 이 섬은 의문투성이다. 리더인 지헌이는 헌신적으로 솔선수범하며 섬의 질서를 지켜나가지만 무엇인가를 숨긴다. 또 무리를 겉돌며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지헌이를 이죽거리는 처리와 성빈이는 왠지 불길하다. 그리고 미묘하게 감지되는 섬의 변화들.
섬 아이들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하나씩 풀어가는 것은 이 책의 큰 묘미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로스트>처럼 말이다.
반면 ‘움직이는 섬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은 좀체 선명해지지 않는다. 섬은 언뜻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섬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치유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섬에 다녀온 진규는 자폐아마냥 섬 이야기에만 집착하며 섬 밖 현실에 안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섬은 ‘잔혹한 부모’ 혹은 부모의 부재에서 비롯된 ‘잔혹한 현실’을 잠깐 피할 수 있는 도피처인가? 섬에 어른이 한명도 없다는 것, 아이들과 섬을 매개하는 밤례 할머니의 역할이 음식을 몰래 던져놓는 것 정도임을 고려하면 그런 듯도 싶다. 하지만 ‘잠깐의 도피처’라기엔 섬 경험이 너무 압도적이다. 진규의 섬 이야기를 들은 담임선생님은 말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 문득 내 어릴 적 기억 속에서 겪었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라고. 이렇게 섬은 어른들이 잊고 살았던 사춘기 시절의 기억인 듯 읽히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끝자락, 어른들을 배제하고 또래집단의 지배논리에 순응하며 탈피를 준비했던 사춘기 시절에 대한 기억.
‘흔들리는 섬’의 의미는 이렇게 분명하지 않다. 다만 섬에 대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학교와 부모는 “움직이는 섬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움직이는 섬’이 무엇이기에, 아이들은 기억하려 하고 세상은 잊으라고 충고하는 것일까? 초등 고학년 이상.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글·최정인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아빠가 때리니? 엄마가 같이 죽자고 하니? 그런 엄마·아빠마저도 없니? 그래서 갈 곳이 없니? 그럼 나한테 오렴. 최나미씨의 장편동화 <움직이는 섬>에는 온통 상처투성이 아이들뿐이다. 엄마·아빠의 보호 속에 ‘정상적으로’ 사는 아이는 없다. 진규는 아빠한테 맞는 것보다 덜 다칠 것 같아서 2층에서 뛰어내렸다. 수정이는 자살하는 엄마에게 이끌려 강제로 강물에 투신했다가 목숨을 건졌다. 지헌이, 민혜는 그런 부모마저도 없다. 담이한테만 유일하게 제대로 된 엄마가 있다. 하지만 그나마 아빠는 없고, 학교에서는 ‘서열 싸움’을 피해다니다 왕따 신세다. ‘움직이는 섬’은 이런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다. 이 신비한 섬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 물길을 열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은 천재적인 방법으로 섬을 누리며 논다. 다만, 놀기 전엔 아이들 스스로 지키기로 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상처투성이 아이들이 모인 이 섬은 의문투성이다. 리더인 지헌이는 헌신적으로 솔선수범하며 섬의 질서를 지켜나가지만 무엇인가를 숨긴다. 또 무리를 겉돌며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지헌이를 이죽거리는 처리와 성빈이는 왠지 불길하다. 그리고 미묘하게 감지되는 섬의 변화들.
〈움직이는 섬최나미〉
‘흔들리는 섬’의 의미는 이렇게 분명하지 않다. 다만 섬에 대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학교와 부모는 “움직이는 섬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움직이는 섬’이 무엇이기에, 아이들은 기억하려 하고 세상은 잊으라고 충고하는 것일까? 초등 고학년 이상.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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