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통치철학
사학자 다섯 사람이 함께 쓴 <조선의 통치철학>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조선의 통치 철학이 어떻게 변화해 갔느냐를 분석한 책이다. 먼저 조선 왕조 기틀을 다진 세종의 통치철학은 창업 공신 정도전의 생각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적고 있다. 세종은 부왕 태종이 도입했던 육조직계 체계를 태조 때의 의정부서사제로 되돌렸다. 재상에게 일을 대부분 맡기는 의정부서사제는 정도전이 꿈꾸던 재상 중심의 정치와 맞닿아 있다. 조선 왕조 숙성기인 16세기 조광조의 등장은 성리학 지상주의의 정착을 의미한다고 본다. 조광조가 비록 현실 정치에서는 몰락했을지 모르지만, 조광조 이후 성리학적 가치관은 일반 백성들의 일상까지 깊숙이 침투했다고 본다. 조선 왕조 최대 위기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시대엔 현실에 냉철히 기반을 둔 통치철학이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류성룡은 명군을 활용하면서도 명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는 정책을 추구했다. 병자호란 당시 최명길은 청과의 군사적 대결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치욕적인 강화 작업을 떠맡았다. 조선 왕조 르네상스기인 영·정조 시대엔 왕권 강화가 새로운 통치철학의 흐름이었다. 특히 정조는 규장각의 학자를 직접 선발하고 교육해 임금이 스승이고 신하가 제자인 위치에 섰다. 이는 종래 경연과 학문을 매개로 신하가 스승이고 임금이 제자가 되는 현상을 바로잡으려 했다. 마지막 장인 고종의 통치철학은 다소 논쟁적이다. 이 책은 고종이 제정 러시아의 차르 체제를 대한제국의 모델로 삼았다고 본다. 백승종·박현모·한명기·신병주·허동현 지음/푸른역사·1만95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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