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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탐욕에 눈먼 권력에 국민은 절망합니다

등록 2010-10-06 19:32

소설가 조정래
소설가 조정래
기업 비리 정면에서 다룬 ‘허수아비춤’ 출간한 소설가 조정래
불법·탈법 일삼는 자본과
이에 눈감는 기득권 고발
“경제 민주화가 가장 시급”

“1970년대 이후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뇌었습니다. ‘지금은 분배가 아닌 성장과 축적의 시기’라고요. 국민들은 40년 동안 분배를 기다려 왔지만 아직도 분배에 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금 탈루니 불법 상속이니 하는 기업들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의 절망과 분노는 커지고만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일이 경제 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로비, 탈법 상속 등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정면에서 다룬 소설 <허수아비춤>(문학의문학)을 내놓고 6일 낮 기자들과 만난 작가 조정래(67·사진)씨의 일성이다.

<오, 하느님> 이후 3년 만에 낸 이 소설은 업계 2위인 일광그룹의 총수 직속기구 ‘문화개척센터’ 소속 임원 3명이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정부 부처, 언론사 등의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한편, 그룹 후계자의 경영권 및 재산권 상속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고발했던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 내용을 특정 기업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업비리 정면에서 다룬 조정래의 <허수아비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긴 했지만 김 변호사를 만난 적은 없습니다. 글 쓰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죠. 소설에 그려진 상황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거의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라고 봅니다. 일광그룹의 로비 실무자가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소설의 결말은 바로 그런 점을 암시한 것입니다. 사실 이 주제는 벌써 30, 40년 전부터 자료를 수집해왔고, 이와 관련해 글을 쓰거나 법정 투쟁을 벌여온 시민운동가들을 여러 분 만나서 조언도 들었습니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 2천명을 상대로 3천억원의 로비 자금을 뿌리면서도 전체 비자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며 흡족해하는 회장과 그룹 임원들, 로비의 최말단에서 고작(?) 50만원의 가욋돈을 챙기느라 기업 뒷문을 부리나케 들락거리는 기자들, 못마땅한 기사를 실은 신문에 대해 광고 압박으로 보복하는 기업,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 아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고 불의와 부정의 공모자가 되는 검사들, 회사 쪽의 회유에 넘어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노조 간부….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탐욕’이라는 코드에 맞춰 춤추는 허수아비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경제 민주화를 촉구하는 칼럼을 쓰고 결국 해직 당하는 허민 교수, 검찰 문화에 회의를 느끼고 뛰쳐나와 재벌을 상대로 싸우는 시민단체에 힘을 보태는 전인욱 변호사 같은 ‘희망의 근거’들도 있다.

“계간지 <문학의 문학>과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에 연재할 때 수많은 독자들이 분노와 절망감을 나타내면서 격려해줬습니다. 문학 독자가 줄어든다고 아우성들 치는데, 우리 독자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있고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책은 언제든 찾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작가들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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