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재테크에 관심 있나? 부동산 시세가 궁금하고 주가 상승에 솔깃한가? 그래서? 종잣돈을 만들어 10억으로 키울 건가? 10억을 벌면 뭘 하지? 20억을 벌고, 100억을 채울 건가?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 건가? 집이나 차? 지금 사는 집과 지금 모는 차는? 또 자식을 위해서? 온 사회가 나서서 다음 세대를 위한 돈벌이에 혈안이 돼야 하나? 허탈하다. 목적이 없다. 씀씀이의 계획이 없다. 결국 어디에 왜 쓰는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죄다 ‘흘려’ 버린다. 그러면서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실제로 돈이 없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도, 평생 직장에 매여 있으면서도, 늘 가족들한테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우리 시대 가장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에서 지은이 고미숙씨는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물며 회의감을 낳는 오늘날 우리 경제생활의 면면을 분석적으로 묘사하는 데 책의 앞 절반을 할애한다. 공감과 근심이 뒤섞인 심정으로 그 폐해를 들여다보고 나면, 이어지는 해결책에 눈길이 절로 간다. 빚지지 말라, 돈 쓰지 말고 몸을 써라, 책을 읽어라 그리고 무엇보다, 유산을 주지도 받지도 말라. 뼈대는 ‘돈을 매개로 한 관계’와 ‘돈을 중심으로 한 삶’에 대한 거부 선언이다. 그런 삶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제목만 보고 집어들었다가 재테크 내용이 아닌 것 같아 ‘낚였다’고 낙담할 일이 아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았다가 풀어주면서 ‘다시는 낚이지 마라’ 하고 조언하거든, 물고기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한다. ‘이분한테 낚였기에 천만다행이다’ 생각하면서. 고미숙 지음/그린비·1만2000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우리나라 인권 지수는?
대한민국 신 권리장전
<대한민국 신 권리장전>은 법학자 박홍규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법 교양서다. 대한민국 헌법 중 ‘권리장전’이라고 불리는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새롭게 써 우리 시대 인권 현실을 명쾌하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인간의 권리를 뜻하는 ‘기본권’을 인권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새롭게 정의한다. ‘자유권’과 ‘사회권’으로만 생각해온 인권을 성격에 따라 ‘정신적 인권’, ‘정치적 인권’, ‘경제적 인권’, ‘사법적 인권’ 그리고 ‘기본적 인권’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인권에 대해서 말할 때 수많은 논의가 있지만, 인간을 ‘현실의 인간’ ‘구체적 인간’ ‘불완전한 능력의 인간’으로 규정한다.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는 이유는 현실의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불완전한 능력밖에 갖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노동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인간답게 살도록 노동권과 인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명권 차원에서 보면 사형제도는 위헌이고, 낙태와 관련해서는 생명 유지와 존속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에 일기 쓰기를 강요받거나 평가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기 쓰는 버릇을 키운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강요하고 평가하는 것은 내면의 은밀한 기록인 일기의 본디 뜻에 맞지 않는다. 이것을 정신적 인권을 침해받는 행위로 규정한다. 특히 현실을 ‘경제독재체제’로 정의하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가를 증언하고 어떻게, 왜 인간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박홍규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한국의 ‘진짜’ 빚은 얼마일까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2009년 말 사실상 국가부채가 1637조원으로 3년 전에 비해 291조원 늘었다”고 주장하자, 기획재정부 쪽은 지난해 국가채무가 359조6000억원이라고 반박했다. 1637조원과 359조원, 실로 엄청난 차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는 진보의 눈으로 나라살림 구조와 기본 개념, 주요 논점들을 다룬 책이다. 역시 가장 큰 논쟁거리는 국가채무다. 과연 한국의 국가채무는 얼마일까. 또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가. 정부, 정치권, 학계마다 의견이 분분한 주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대해 정부 관료들이 내세우는 한결같은 논리는 “국제기준상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통계지침은 1986년 발표됐다. 국제통화기금은 2001년 변화된 재정상황을 반영해 국가채무 주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일반정부로 통일시켰다. 일반정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산하기관(비영리 공공기관)을 포괄한다. 결국 정부는 24년 전에 만들어진 과거 지침을 사용하면서 그렇게라도 채무 규모를 줄이고 싶은 것이다. 사실 국가채무로 인해 불거진 재정건전성 논란은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재정 위기는 집권세력에게 난처한 일이지만, 사회공공적 지출을 늘리려는 진보 진영한테도 어려운 과제다. 책은 재정건전성 의제에 대응하는 진보적 방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오건호 지음/레디앙·1만5000원.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대한민국 신 권리장전>은 법학자 박홍규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법 교양서다. 대한민국 헌법 중 ‘권리장전’이라고 불리는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새롭게 써 우리 시대 인권 현실을 명쾌하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인간의 권리를 뜻하는 ‘기본권’을 인권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새롭게 정의한다. ‘자유권’과 ‘사회권’으로만 생각해온 인권을 성격에 따라 ‘정신적 인권’, ‘정치적 인권’, ‘경제적 인권’, ‘사법적 인권’ 그리고 ‘기본적 인권’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인권에 대해서 말할 때 수많은 논의가 있지만, 인간을 ‘현실의 인간’ ‘구체적 인간’ ‘불완전한 능력의 인간’으로 규정한다.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는 이유는 현실의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불완전한 능력밖에 갖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노동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인간답게 살도록 노동권과 인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명권 차원에서 보면 사형제도는 위헌이고, 낙태와 관련해서는 생명 유지와 존속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에 일기 쓰기를 강요받거나 평가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기 쓰는 버릇을 키운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강요하고 평가하는 것은 내면의 은밀한 기록인 일기의 본디 뜻에 맞지 않는다. 이것을 정신적 인권을 침해받는 행위로 규정한다. 특히 현실을 ‘경제독재체제’로 정의하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가를 증언하고 어떻게, 왜 인간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박홍규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한국의 ‘진짜’ 빚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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