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74) 전 대한적십자 총재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 여는 한완상 희망래일 이사장
“대륙으로 가는 철도 연결 ‘꿈’
남북 화해가 복원의 실마리” “남북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또다시 고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미국·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펼쳐야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설립된 사단법인 ‘희망래(來)일’의 이사장을 맡은 한완상(74·사진) 전 대한적십자 총재는 20일 만나자마자 현 정부의 남북관계를 두고 쓴소리부터 했다. “지금 한반도는 분단체제 때문에 대륙의 웅지를 뿜어내지 못하고 ‘냉전의 고도’에 갇힌 꼴”이라고 강조한 그는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정서는 원래 대륙에서 발달되어 온 것인데, 이를 잃고 반도에 갇히다 보니 배타성과 조급성만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는 대륙과 연결되어야, 막힌 숨통을 뚫고 그곳에서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의 정세론은 자연스럽게 남북과 대륙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고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대륙적 세계관을 되찾자는 희망래일의 설립 취지로 이어졌다. 그는 철도잇기의 문명사적인 의미, 경제·지리적 가치도 설명했다. “고르바초프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에서 ‘지구의 아침은 동쪽에서 시작한다’며 러시아가 동쪽 태평양의 국가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동쪽 시베리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꿰뚫어 본 겁니다.” 부산에서 항일독립운동의 무대였던 시베리아·연해주를 거쳐 파리, 암스테르담까지 기차로 한번에 갈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발전을 바라는 공감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무엇보다 남북 화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강력한 추진 덕에 문산과 개성 사이 화물열차 운행으로 물꼬를 텄던 남북 철도 사업은 2008년 12월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끊겨 있다. 최근엔 천안함 사건, 북한의 3대 부자세습 등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등이 시베리아 대륙 철도 연결을 언급하고 있지만,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갖지 않는 한 헛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진보진영의 논쟁에 대해서 그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남북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강화시키는 역작용은 피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북한의 세습은 보편적 민주주의 원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의 내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진보의 성숙한 담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희망래일은 창립 첫 사업으로 26일부터 8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를 연다. 동북아평화연대·한반도재단·한국-시베리아센터와 함께 주최하고 수강생들과 시베리아 횡단열차 체험기행도 계획하고 있다. (02)2630-2030.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북 화해가 복원의 실마리” “남북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또다시 고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미국·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펼쳐야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설립된 사단법인 ‘희망래(來)일’의 이사장을 맡은 한완상(74·사진) 전 대한적십자 총재는 20일 만나자마자 현 정부의 남북관계를 두고 쓴소리부터 했다. “지금 한반도는 분단체제 때문에 대륙의 웅지를 뿜어내지 못하고 ‘냉전의 고도’에 갇힌 꼴”이라고 강조한 그는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정서는 원래 대륙에서 발달되어 온 것인데, 이를 잃고 반도에 갇히다 보니 배타성과 조급성만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는 대륙과 연결되어야, 막힌 숨통을 뚫고 그곳에서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의 정세론은 자연스럽게 남북과 대륙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고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대륙적 세계관을 되찾자는 희망래일의 설립 취지로 이어졌다. 그는 철도잇기의 문명사적인 의미, 경제·지리적 가치도 설명했다. “고르바초프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에서 ‘지구의 아침은 동쪽에서 시작한다’며 러시아가 동쪽 태평양의 국가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동쪽 시베리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꿰뚫어 본 겁니다.” 부산에서 항일독립운동의 무대였던 시베리아·연해주를 거쳐 파리, 암스테르담까지 기차로 한번에 갈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발전을 바라는 공감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무엇보다 남북 화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강력한 추진 덕에 문산과 개성 사이 화물열차 운행으로 물꼬를 텄던 남북 철도 사업은 2008년 12월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끊겨 있다. 최근엔 천안함 사건, 북한의 3대 부자세습 등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등이 시베리아 대륙 철도 연결을 언급하고 있지만,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갖지 않는 한 헛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진보진영의 논쟁에 대해서 그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남북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강화시키는 역작용은 피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북한의 세습은 보편적 민주주의 원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의 내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진보의 성숙한 담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희망래일은 창립 첫 사업으로 26일부터 8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를 연다. 동북아평화연대·한반도재단·한국-시베리아센터와 함께 주최하고 수강생들과 시베리아 횡단열차 체험기행도 계획하고 있다. (02)2630-2030.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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