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필요한 일상 속 법 이야기
뚱딴지가 아니다
차병직 지음·왕소희 그림/우리교육·1만원 중학생 기현이의 꿈은 고고인류학자. 하지만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수업시간, 앞차례 친구에게 이 꿈을 새치기 당한다. 그러고는 얼떨결에 “법률가가 되겠다”고 말해버린다. 그런데 법률가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법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다룬다는 말인가? 기현이는 곧장 변호사인 이모의 사무실로 달려간다. 이렇게 호기심 많고 영리한 중학생과 친절한 법률가의 ‘법 묻고 답하기’가 시작된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차병직 변호사가 법이야기 책 <뚱딴지가 아니다>를 펴냈다. ‘지식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평소 생각을 담아 ‘묻고 답하는 법이야기’라는 부제도 달았다. 조카와 이모, 중학생과 법률가는 이메일과 메신저, 연극 관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법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현이는 “법은 보통사람들에게 알 수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모는 “우리 모두가 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촘촘한 법의 그물 안에 직조된 우리의 일상을 소개한다. 아침 단잠을 깨우는 자명종 시계와 ‘민법’, 시간과 ‘표준시에 관한 법률’, 물과 ‘먹는 물 관리법’, 변기와 ‘하수도법’, 로션과 ‘화장품법’ 등 40여가지의 법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일상을 틀어쥐고 있는 법의 실체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럴 수가!’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법 이름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이 책에서 정작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법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이모는 책이 다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기현이에게 “토론할 본론의 입구에 도착한 것 같구나”라고 말한다. 기현이는 그 긴 대화를 통해 “법은 우리 사회와 국가를 불법한 침입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다. 법은 법률가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다.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법과 사회에 대한 이해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법은 물론 정의, 자유, 사회계약, 민주주의, 심지어 자연 내지 신과 같은 거대하고도 추상적인 개념들을 짚고 넘어간다.
풍부한 사례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게다가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법과 문학’을 강의한 지은이의 책답게, 법 이야기 곳곳에 시와 노래, 연극이 등장해 지루함을 덜어 준다. 더러 ‘뚱딴지’ 같기도 하지만 법에 대한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뚱딴지가 아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차병직 지음·왕소희 그림/우리교육·1만원 중학생 기현이의 꿈은 고고인류학자. 하지만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수업시간, 앞차례 친구에게 이 꿈을 새치기 당한다. 그러고는 얼떨결에 “법률가가 되겠다”고 말해버린다. 그런데 법률가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법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다룬다는 말인가? 기현이는 곧장 변호사인 이모의 사무실로 달려간다. 이렇게 호기심 많고 영리한 중학생과 친절한 법률가의 ‘법 묻고 답하기’가 시작된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차병직 변호사가 법이야기 책 <뚱딴지가 아니다>를 펴냈다. ‘지식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평소 생각을 담아 ‘묻고 답하는 법이야기’라는 부제도 달았다. 조카와 이모, 중학생과 법률가는 이메일과 메신저, 연극 관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법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현이는 “법은 보통사람들에게 알 수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모는 “우리 모두가 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촘촘한 법의 그물 안에 직조된 우리의 일상을 소개한다. 아침 단잠을 깨우는 자명종 시계와 ‘민법’, 시간과 ‘표준시에 관한 법률’, 물과 ‘먹는 물 관리법’, 변기와 ‘하수도법’, 로션과 ‘화장품법’ 등 40여가지의 법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일상을 틀어쥐고 있는 법의 실체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럴 수가!’다.
모두에게 필요한 일상 속 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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