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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전통 담론’ 바닥에 깔린 엘리트주의

등록 2010-10-22 20:19

 <전통-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전통-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잠깐독서 /

<전통-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전통은 근대의 산물이다. 한국 근대는 왜곡되고 박제됐다. 그 중심에는 식민시대의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다. 열등감을 털어내기 위한 민족우월주의가 생산해낸 전통은 독재권력의 정권 유지에 활용됐다. 책은 ‘만들어진 전통’을 역사적 인물, 성풍속,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체하고 재정의한다.

1500년이 넘게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왕인을 내세우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일본에 대한 문화적 우월의식이 깔려 있다. 일제 식민지배를 당한 뼈아픈 역사를 가진 민족의 열등감에서 나온 보상 심리가 작동한 결과다. 신채호의 민족주의는 ‘피의 공동체’를 강화해 식민 통치에 대항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지만, 독재 정권의 기반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됐다. 1970년대 한국 전통미술은 한국 미술의 특성을 밝혀 식민사관의 허구성을 드러냈지만 이 역시 국가 통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소설 <임꺽정>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게서는 도저히 정절을 소중히 여기는 조선시대의 여인이라고 할 수 없는 은밀하고 자유로운 성풍속이 엿보인다. 책은 이를 근대 이후에야 성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는 ‘억압가설’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았다.

한국 근대가 만들어낸 전통 담론의 밑바닥에는 권력을 가진 지배집단과 엘리트주의, 그리고 우월감과 열등감이 숨어 있다. 이것들은 묘하게 섞이고 뒤틀려 지배세력의 ‘입맛에 맞는 전통’으로 탈바꿈했다. 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종속된 민족주의를 폐기하고 서발턴(하층 민중)의 관점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임형택 외 지음/인물과사상·1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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