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비밀
진시황의 비밀
진시황. 그 이름은 최초로 중국을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한 영웅이면서 폭군이라는 상반된 평가에 둘러싸여 있다. 출생부터 그렇다. 사마천은 <사기> ‘진시황본기’에선 진시황이 진나라 장양왕의 아들이라고 해놓고 같은 책 ‘여불위열전’에선 장양왕을 왕으로 만든 대상 여불위의 아들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여불위가 이미 뱃속에 자신의 아이를 갖고 있던 애첩 조희를 장양왕에게 보내 그 아이가 대국을 잇게 한 음모의 결과로 태어난 것이 진시황이라는 말이다. 책은 지은이 리카이위안이 중국 <동방 티브이>에서 강연한 ‘진나라 역사 미스터리’를 글로 다시 풀어낸 것이다.
진시황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분서갱유’사건을 피해갈 수 없으리라. 지은이는 ‘갱유’는 유생을 탄압한 것이 아니라 실은 말년에 ‘불로불사’를 내걸고 온갖 처방으로 그를 미혹했던 방사들을 법에 따라 처단한 것이라고 한다. 이미 정설로 굳어버린 속설을 바꾸기 위해 진나라 왕실 정국과 최근의 발굴 성과까지 동원되지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마천의 <사기>를 사료 그대로 읽어내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역사추리를 좇노라면 사마천이 그랬듯, 시대의 변화를 읽어낸 영명한 군주를 거쳐 민심을 거슬러 폭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오만한 황제의 모습에 다다르게 된다. 역시 상반된 평가지만, 이런 사실검증을 거치면서 황제의 39년은 비로소 구체적인 옷을 입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일까. 발굴기술의 한계로 진시황릉도 아직 닫혀 있는 터에 우리는 방금 2200년 전 역사의 작은 지류 하나를 따라가본 것은 아닐까. 하병준 옮김/시공사·1만5000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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