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
<읽는다는 것>
권용선 글·정지혜 그림/너머학교·1만원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으로 호평을 받은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읽는다는 것>. 근대문학 연구자인 권용선씨가 저자로 나섰다. 책 읽는 것도 싫은데 ‘읽는 것에 대한 책’을 또 읽으라고?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연암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책읽기를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그는 ‘서자’라 벼슬을 할 수 없지만, ‘양반’이라 또 아무 일이나 할 수는 없는 춥고 배고픈 학자였다. 그는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배고픈 줄 모르게 되고, 추울 때 읽으면 추위를 잊게 되며, 근심과 번뇌가 있을 때 읽으면 천만가지 상념이 일시에 사라진다”고 했다. 옛 선비의 지독한 책사랑이 고루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지은이의 주장은 어떤가. 한번에 한가지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일생’, 책읽기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현재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앨리스의 여행’과도 같다.
이 책에서는 ‘읽는다’는 행위의 기관을 ‘눈’이 아닌 ‘전신’으로 확대한다. ‘읽기’라 하면 보통 묵독을 생각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우리가 눈으로만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된 건, 학교라는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라고 말한다. “옛 선비들은 ‘낭독’을 하는 게 책 읽기요 공부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모인 교실에서 소리내어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묵독을 하게 됐다”는 거다. 천자문 외듯 소리를 내어 읽으면, 눈으로 보고 성대를 울리고 머리로 그리고 배와 손가락에 힘을 주는 ‘전신운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읽은 글은 머릿속이 아니라 몸에 새겨진다. 읽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몸을 써야’ 잘한다는 것. 심지어 묵독을 할 때조차도 책을 잘 읽으려면 ‘심독’을 해야 한다. ‘행간’을 읽으려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
이런 거 저런 거 다 필요 없고 당장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 이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읽지 말고, 끝까지 다 읽으려 하지 말고, 길면 건너뛰고, 군데군데 골라가며 읽으며,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라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의 이 말은 어떤가.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지은이는 자투리 시간을 훔쳐서 하루에 10분, 한달에 300분을 읽기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초등 6학년부터.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권용선 글·정지혜 그림/너머학교·1만원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으로 호평을 받은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읽는다는 것>. 근대문학 연구자인 권용선씨가 저자로 나섰다. 책 읽는 것도 싫은데 ‘읽는 것에 대한 책’을 또 읽으라고?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연암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책읽기를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그는 ‘서자’라 벼슬을 할 수 없지만, ‘양반’이라 또 아무 일이나 할 수는 없는 춥고 배고픈 학자였다. 그는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배고픈 줄 모르게 되고, 추울 때 읽으면 추위를 잊게 되며, 근심과 번뇌가 있을 때 읽으면 천만가지 상념이 일시에 사라진다”고 했다. 옛 선비의 지독한 책사랑이 고루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지은이의 주장은 어떤가. 한번에 한가지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일생’, 책읽기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현재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앨리스의 여행’과도 같다.
읽는다는 것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