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1·2〉
〈카산드라의 거울 1·2〉
낯설기로 따지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야말로 어른 지구인들에게 이질적인 존재다. 개미의 더듬이로, 신의 눈길로 인간사회를 건드렸던 작가는 새로운 책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이번엔 심리의 한복판을 탐험한다. 그가 사람 세상의 착지장으로 삼은 곳은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이다. 고아 기숙학교에서 한밤중에 탈출한 17살 소녀 카산드라는 파리 외곽 ‘쓰레기랜드’로 들어가 4명의 노숙자와 만난다. 주인공들은 “너희 집 뒤에 있는 것은 쓰레기 하치장”이라고 노래한다. 우리가 버젓이 버린 소비의 부스러기가 남몰래 버린 배설물과 섞여 악취를 풍기는 이곳은 당연히 현실에 대한 은유다. 앞날을 볼 수 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자폐증 소녀가 테러를 예견하면, 폐기물 더미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노숙자들이 파리 시민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는 구원자와 사도들을 섬기는 종교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른다. 카산드라는 쓰레기 컨테이너에 갇혀 쥐들에게 뜯기는 통과제의를 거치고 나서 ‘성소’에 들어왔다고 안도한다. “난 이제 그 어떤 꽃이라도 자라날 수 있는 비옥한 부엽토 속에 들어온 거야.”
카산드라의 오빠 다니엘은 2012년 12월21일 세계가 빙하기에 들어선다는 미래전망 방정식을 풀고는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카산드라는 인류몰살 이미지를 등에 업고도 태어나서 13살 때까지 잃어버린 기억을 찾겠다는 의지를 동력삼아 내처 달린다. 책은 우선 자신을 구함으로써 세계에 희망을 건네라고 당부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임호경 옮김·홍작가 그림/열린책들·각 권 1만1800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