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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은 시대현실을 어떻게 뚫고 나왔나

등록 2010-12-03 21:03수정 2010-12-03 22:15

<염무웅 평론집>
<염무웅 평론집>
염무웅 교수가 15년만에 낸 평론집
임화 재조명·크고작은 개인사 눈길
“요즘비평, 대중과 멀어져 안타까워”

문학과 시대현실
염무웅 지음/창비·2만원

문학평론가 염무웅(69·영남대 명예교수)씨가 15년 만에 신작 평론집 <문학과 시대현실>을 펴냈다. 1995년에 낸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이후에 쓴 평문들이 600쪽을 훌쩍 넘는 두툼한 분량으로 묶였다.

“무슨 일이든 벽에 부닥쳤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 발 딛고 있는 출발점이자 바탕으로 돌아가서 작품과 시대현실의 관계를 살펴보자는 뜻을 이번 평론집의 제목에 담았습니다.”

평론집은 모두 5부로 나뉜다. 1부에는 김광섭·임화·김기진 등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문인들과 신동문·최하림·이성선·김영무 등 작고한 현대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이 실렸다. 2부는 고은·신경림·조태일 등 동시대 시인 세 사람의 시 세계를 다룬 평론 두 편씩 모두 여섯 편으로 꾸몄고, 3부는 이시영·이동순·김용락 등 이 시대의 시인들, 4부는 송기숙·황석영·최인석·성석제 등 소설가들을 다루었다. 마지막 5부는 독문학 전공자로서 한국문학 평론가로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 등을 비교적 짧은 글들에 담았다.

“처음부터 일정한 체계를 갖춰 쓴 건 아니지만, 그간 발표한 글을 이렇게 책으로 묶어 놓고 보니 나름대로 하나의 줄기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식민 현실과 문학의 관계를 천착한 1부의 글들에서부터 시작해, 그 뒤로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늘 염두에 두면서 문학이 그 현실을 어떻게 뚫고 나왔는가 하는 게 제 평론의 일관된 주제였던 것 같아요. 물론 과거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에는 언제나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죠.”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그는 요즘 평론이 시대 현실은 물론 독자 대중과의 접점을 잃고 고립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비평의 언어와 일상 언어 사이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과거에는 평론을 찾아 읽는 독자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평론에는 까다로운 학술 언어들이 과도하게 들어와 있어요. 작품을 깊게 이해하고 그 작품을 통해 삶과 시대를 읽는 작업에 개념과 이론의 도움은 물론 필요하겠죠. 그러나 작품 분석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개념을 끌어오더라도 그런 다음에는 누구나 이해할 만한 일상어로 풀어 써야 하지 않을까요?”

그가 이번 평론집에 1960, 70년대의 크고 작은 개인사 이야기를 곁들인 것도 독자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신구문화사 편집부에 근무하면서 18권짜리 ‘현대한국문학전집’을 펴냈던 일, <창작과비평> 편집장으로 있던 1970년 신경림의 시 <눈길> <그날> <파장> 등을 잡지에 실었던 일, 그리고 ‘동백림 사건’의 희생자인 천상병과 그의 대학 동기인 강빈구 교수, 그리고 강 교수의 독일인 아내 하이디 강과 얽힌 인연을 소개한 글들이 그러하다.


책의 앞부분에는 임화를 대상으로 삼은 평론 두 편이 놓여 있다. 이 글들에서 염 교수는 김윤식·유종호 등 선배 평론가들의 임화론을 비판하면서 임화를 적극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한다. 김윤식 교수에 대해서는 “임화의 생애와 작품을 일련의 정신분석학적 개념들의 복합체로 환원하는 자의적 해석 방식”을 비판하고, 임화의 평론이 ‘섬세하고 엄정한 사고의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유종호 교수의 혹평도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임화는 오랫동안 남과 북 양쪽에서 소외돼 온 인물입니다. 우리 근대문학사를 서술하면서 임화를 빼놓기란 불가능합니다. 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복권시켜야 해요. 임화는 지금 우리에게도 큰 숙제인, 계급문제와 민족문제의 충돌과 합일을 놓고 누구보다 진지하고 무게 있는 고민을 한 사람입니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평생을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친 그가 독문학과 한국문학 사이에 끼인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하는 책 말미의 글들도 흥미롭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문학 전공자 일색인 지금의 평단은 “동종교배의 퇴행성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64년 등단 이후 어느새 반세기 가까워 오는 평론가로서의 삶에 대해 그는 대체로 만족감을 표했다.

“우리 역사에서 비평은 언제나 제 몫 이상을 해 왔습니다. 철학과 역사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들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문학은 에둘러서 말하는 방식 아니었겠습니까. 파란만장한 시절을 지나 오면서 그나마 자신의 목소리로 말해 온 것이 우리 비평의 자랑스러운 전통이고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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