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SBS 라디오 피디
다섯번째 장편 펴낸 이재익 SBS 라디오 피디
‘두시탈출 컬투쇼’ 연출하며
올해만 두편 내고 웹연재도
“글쓰니 알코올의존증 가셨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에스비에스>(SBS)의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의 디제이와 피디 사이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컬투’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해도’ 고집스럽게 음반을 내고, 이재익(35·사진) 피디는 줄기차게 소설을 쓴다. 1997년 등단한 소설가인 이 피디는 이달 초 다섯번째 장편소설 <압구정 소년들>을 펴냈다.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 출간이다.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소설도 연재하고 있다. 방송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을 터. 남들이 열광하는 게임·골프 등엔 심드렁한 그에게 글쓰기는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그러나 그도 2000년부터 약 7년간 펜을 들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바빠서가 아니다. 치기 어린 자존심 때문이었다. “당시 한 계간지 장편소설상에 단독 후보로 올랐는데 당선이 안 됐어요. 한 심사위원이 제가 자신감에 차 있지만 문장은 수련되지 않았다고 평했죠. 지금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고마워했겠지만 그땐 너무 어렸고 기고만장한 나머지 소설 쓰기를 그만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을 정도로 술에 의존하게 됐어요. 행복하지도 않았고. 그러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런 증상이 사라졌죠.” 아이돌 가수 출신 여배우의 자살사건과 연예계 루머가 버무려진 최근작 <압구정 소년들>의 주인공 ‘현우주’는 이 피디와 닮은꼴이다. 그 역시 ‘부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현직 교사가 과외를 해주는 소설 속 장면은 부끄러운 경험담 중 하나다. 이 피디는 “잘 먹고 잘 살아온” 자신의 삶이 시대를 고민하는 문학가가 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을 꿈꾼다.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글쓰기 못지않다. 그가 지난 1년간 이끌어온 ‘컬투쇼’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음주방송, 특정 종교 비하 등으로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 담당 피디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컬투쇼가 호응을 얻었던 건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에요. 기존 방송에서 차마 못 하던 이야기를 하니까 쾌감이 있었던 건데, 청취층이 넓어지면서 그런 것을 거슬려하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사연이 정말 웃겨도 심의에 걸릴 것 같아서 방송을 망설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나올 것 같고. 어렵죠.” 그래서 새해에는 눈물과 감동도 줄 수 있는 방송을 해볼 생각이다. “결혼식을 못 올린 채 살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 분들 1000쌍 정도 모아 합동결혼식을 열어주고 공개방송도 진행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소설가로서의 계획은? “내년엔 100만부 정도 팔리는, 빵! 터지는 히트작 한번 나오지 않을까요? 하하.”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황소북스 제공
올해만 두편 내고 웹연재도
“글쓰니 알코올의존증 가셨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에스비에스>(SBS)의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의 디제이와 피디 사이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컬투’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해도’ 고집스럽게 음반을 내고, 이재익(35·사진) 피디는 줄기차게 소설을 쓴다. 1997년 등단한 소설가인 이 피디는 이달 초 다섯번째 장편소설 <압구정 소년들>을 펴냈다.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 출간이다.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소설도 연재하고 있다. 방송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을 터. 남들이 열광하는 게임·골프 등엔 심드렁한 그에게 글쓰기는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그러나 그도 2000년부터 약 7년간 펜을 들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바빠서가 아니다. 치기 어린 자존심 때문이었다. “당시 한 계간지 장편소설상에 단독 후보로 올랐는데 당선이 안 됐어요. 한 심사위원이 제가 자신감에 차 있지만 문장은 수련되지 않았다고 평했죠. 지금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고마워했겠지만 그땐 너무 어렸고 기고만장한 나머지 소설 쓰기를 그만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을 정도로 술에 의존하게 됐어요. 행복하지도 않았고. 그러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런 증상이 사라졌죠.” 아이돌 가수 출신 여배우의 자살사건과 연예계 루머가 버무려진 최근작 <압구정 소년들>의 주인공 ‘현우주’는 이 피디와 닮은꼴이다. 그 역시 ‘부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현직 교사가 과외를 해주는 소설 속 장면은 부끄러운 경험담 중 하나다. 이 피디는 “잘 먹고 잘 살아온” 자신의 삶이 시대를 고민하는 문학가가 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을 꿈꾼다.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글쓰기 못지않다. 그가 지난 1년간 이끌어온 ‘컬투쇼’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음주방송, 특정 종교 비하 등으로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 담당 피디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컬투쇼가 호응을 얻었던 건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에요. 기존 방송에서 차마 못 하던 이야기를 하니까 쾌감이 있었던 건데, 청취층이 넓어지면서 그런 것을 거슬려하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사연이 정말 웃겨도 심의에 걸릴 것 같아서 방송을 망설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나올 것 같고. 어렵죠.” 그래서 새해에는 눈물과 감동도 줄 수 있는 방송을 해볼 생각이다. “결혼식을 못 올린 채 살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 분들 1000쌍 정도 모아 합동결혼식을 열어주고 공개방송도 진행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소설가로서의 계획은? “내년엔 100만부 정도 팔리는, 빵! 터지는 히트작 한번 나오지 않을까요? 하하.”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황소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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