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X
아줌마 디(D)는 영재를 아들로 뒀다. 자식이 영재란 게 판명된 뒤 그녀는 정신없이 바빴다. 온 정성 다해 아들을 키웠고, 결국 아이를 그렇게 바라던 기숙형 고등학교에 넣었다. 그러나 기쁨에 차 있던 아줌마 디에게 아들은 차가운 한마디를 남긴다. “제발 이제 나한테서 졸업 좀 하세요.” 또다른 아줌마 에이치(H)는 하녀로 산다. 엄친아인 아들을 엄친딸에게 장가보낸 뒤, 아줌마의 일상은 맞벌이 아들 내외 뒤치다꺼리로 채워졌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나마 위안인 아들과 함께 살고 싶기에. 아줌마 에이치는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함 아줌마들의 ‘기묘하고 특별한’ 사연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기자를 하다 그만둔 뒤 다시 대학에 들어가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교수가 된 아줌마, 이민아씨가 펴낸 <아줌마 X>다. 책은 지은이의 외적 경력과 사뭇 괴리된 듯 보이지만, 사실 생활 경력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지은이는 결혼 뒤 휙 하고 아줌마가 되었고, 그리고 이후 그것은 마치 매복된 적군처럼 자신을 덮쳐버렸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렇게 만나게 된 또다른 아줌마들의 인생 이야기는 지은이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어여쁜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지 않으면 너무 서럽지 아니한가.
책에 소개된 사연들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의 생은 그야말로 한편의 아침 드라마다.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오기도, 그리고 통쾌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순간, 아줌마들의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민아 지음/씨네21·1만2000원.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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