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환씨
‘음악의 세계사’ 펴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환씨
31년간 100여권 쓴 ‘다산 작가’
음악·문학 등으로 세계사 해석
“교착상태 빠진 진보 질 높일것”
31년간 100여권 쓴 ‘다산 작가’
음악·문학 등으로 세계사 해석
“교착상태 빠진 진보 질 높일것”
1980년대 <황색 예수>, <해방 서시> 같은 시집을 통해 시대를 날카롭게 벼리던 시인 겸 문학평론가 김정환(57·사진)씨. 올해로 등단 31년을 맞은 그가 새해를 맞아, 10년째 붙들고 있었다는 ‘예술사’ 책을 펴냈다.
“세계사 속에 예술사를 끼워넣는 방식이 아니라, 예술 장르가 생성되는 주된 흐름을 잡아서, 거기에 역사와 역사적 사건들을 흡수시켜 봤죠. 결국 음악이 모든 장르를 응축합니다. 음악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흐릅니다. 그 자체가 나아가는 것, 진보입니다. 진보는 서정이죠. 그 서정은 지금까진 절망으로 끝났고요. 예술 생성 법칙을 적용해 역사를 읽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런 시도가 교착상태에 빠진 진보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방위예술가 김정환의 세계사 오디세이’라는 부제처럼 <음악의 세계사>는 세계사를 김 시인 특유의 시각으로 조망한 책이다. 예술의 눈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책에서 “역사야말로 인간이 빚은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표명했다.
12일 낮 서울 홍대 앞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이야말로 예술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때가 아닌가. 예술의 눈으로 보면 세상을 더 근본적으로 볼 수 있어요. 마르크스는 과거 분석은 잘했으나 미래에 대한 기획은 무리가 많았어요. 누구나 미래를 기획하고 전망하려 들지만 하면 할수록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죠. 미래 기획은 예술의 몫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예술의 시대입니다. 쉽게 말하면 신문 정치면에 나쁜놈 좋은놈 있잖아요. 이것을 문학의 시각에서 보자 이거죠. 저 사람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이런 눈으로 볼 때 세상을 이해·전유한다는 것이 훨씬 더 깊어질 수 있죠.”
그는 그간 소설가로, 산문가로, 클래식음악 평론가로 ‘전방위’ 집필 황동을 해왔다. ‘다산성 저술가’로 불린다. 시와 소설, 평론, 산문 등 그가 31년간 저술한 책만도 100여권. <음악의 세계사>도 1100여쪽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신화 이전 시대에서 시작해 선사를 거쳐 역사시대로 접어든다. 고대문명에서 20세기 ‘전후 부조리’ 시대까지, 오세아니아·아프리카·아시아·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넘나들며, 음악·문학·연극·미술 등 “예술의 각 장르가 왜 탄생했는가”를 화두로 세계사를 주유한다. 그의 이 난삽한 역사서에서 신화는 예술의 탄생사로 자리매김한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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