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잠 못 이루는 리얼리스트
잠 못 이루는 리얼리스트
문학평론가의 밤잠을 빼앗아 간 범인은 누구였을까. 첫 산문집 <잠 못 이루는 리얼리스트> 머리말에서 지은이 고명철(광운대 교수)씨가 밝힌 원인을 들어 보자. “최근 몇 년간 사회 여러 부문에서 보이는 역사의 퇴행, 곧 거꾸로 된 시간 속에서 불면을 견디며 (…)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산문집이라고는 해도 수록된 글 대부분이 문학작품과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그에게 가장 유의미한 대화 상대로서의 현실은 역시 문학이라는 뜻이겠다. “비평은 인문문화적 가치를 급진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색+행위’”라는 표현은 대화로서의 비평이 추상적인 사유인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과 쌀 개방, 표현의 자유, 촛불집회, 4대강 사업 등 현실의 첨예한 문제들과 그에 대한 문학적 응전에 그의 시선은 자주 가서 머문다. 베트남 작가들과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 한대수와 장기하 같은 대중음악인에 관한 글들은 그의 비평적 관심의 너른 폭을 보여준다. 김훈 소설 <개>에서 “현실의 고통을 견딤의 미학으로 위장”하는 모습을 보는가 하면, 하루키 소설의 “감각적 문체, 분열증적 인물, 온갖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용, 단자적 인물, 섹스와 살인, 일상의 욕망, 현실과 환상의 착종, 도시적 모더니티 등은 모두 서구 중심의 미학과 친밀성을 갖는 것들”임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사회적 공명’에 소홀한 문단 주류에 비판적인 그는 심윤경, 박금산, 손홍규 등 ‘비주류’라 할 젊은 작가들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표하기도 한다. /삶이보이는창·1만3000원.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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