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욕심에 빠진 아이의 익살
물욕에 찌든 어른들과 대비
80년대 시대상·사투리 훈훈
물욕에 찌든 어른들과 대비
80년대 시대상·사투리 훈훈
갯마을 ‘딸부자 집’ 첫째인 초등학교 5학년 가희는 멋대로 자고 내키는 대로 일어나는 게 방학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왈가닥이다. 책가방은 당연히 방학한 날 그대로 책상 밑에 던져 둔 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다. 숙제는 개학 직전 얼렁뚱땅 해치우는 게 제맛이라고 여겼다. 그런 가희에게 엄청 피곤한 일이 생긴다. 깔끔쟁이 둘째 나희와 한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양파 농사와 벼농사를 모두 망쳐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연탄비를 아끼기 위해서이다. 가희는 어떻게든 연탄비를 마련하려고 온갖 일을 다한다.
가희는 고구마도 구워서 팔고, 겨울에 꽁꽁 언 논에서 남자아이들이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장치기 놀이를 하면 입장료로 돈 대신 구슬치기용 구슬을 받는다. 장치기를 할 때 사용하는 막대기도 판다. 하나뿐인 막대기를 여럿이 사려 할 땐 값을 높인다. 그렇게 악착같이 구슬을 모아가던 가희는 직접 놀이판에도 뛰어든다. 구슬치기 등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을 속여 구슬을 싹쓸이한다. 구슬을 다 잃은 아이들에게는 구슬을 빌려주고 이자까지 받는다. 여전히 구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가희는 급기야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박판’에 뛰어든다. 일명 ‘짤짤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구슬 양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가희의 모습은 물질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다.
구슬을 몽땅 잃은 가희는 도둑질도 마다지 않는다. 엄마가 갯벌에서 굴을 까서 모은 돈에 손을 댄다. 일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가희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큰 나무를 불태우는 사고까지 치고 만다. 가희와 남자아이들은 함께 도망을 치고, 정체 모를 농산물 창고에 숨어든다.
<오메 돈 벌자고?>는 작은 욕심에서 비롯된 순진한 프로젝트가 점점 ‘돈 욕심’에 사로잡히고 급기야 요행을 바라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창고에 숨어든 가희와 아이들은 동네 유지가 가난한 사람들의 농산물을 비밀리에 빼돌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른들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다. 가희가 겪는 한바탕 소동으로 까발려지는 마을의 비리 사건은 물욕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메 돈 벌자고?>는 1980년대 초 바닷가 시골 동네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놀며 겨울방학을 보내는 작은 ‘시대극’이기도 하다. 방학 내내 놀기에 바쁜 아이들 모습은 똑딱이 시계처럼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는 도시 아이들 모습과 대비되고, 아이들이 입에서 내뱉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도 정겹게 다가온다. 작가의 유머와 만난 만화가 이경석씨의 삽화는 웃음보를 살살 건드린다. 초등 5학년부터.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오메 돈 벌자고?박효미 글·이경석 그림/창비·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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