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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나 카레니나’ 계속되는 오역 논란

등록 2011-02-09 17:58수정 2011-02-09 20:56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이현우씨 국역본 3종 지적
번역자-누리꾼 열띤 공방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오역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출발은 <한겨레> 1월15일치 13면에 실은 고정물 ‘로쟈의 번역서 읽기’였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서평꾼이자 러시아문학 전문가인 이현우씨는 <안나 카레니나> 국역본 4종을 대상으로 삼은 이 글에서 문학동네 번역본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민음사, 범우사, 작가정신)이 비슷한 오역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가 문제삼은 부분의 문학동네 번역문은 이러하다.

“레빈에게 한때는 호감을 품었던 것 같은 딸이 필요 이상의 성실함으로 인해 브론스키를 거절하지나 않을까.”

이 문장의 ‘성실함’은 공작부인의 딸(키티)이 레빈에게 품은 성실함인데도 다른 번역본들은 모두가 브론스키의 성실함으로 잘못 풀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음사판의 번역자 연진희씨는 지난달 24일 네이버 카페 ‘문학동네’에 연재하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현우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씨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한 해당 부분(1부 12장)의 영어번역은 이러하다.

“(She was afraid that) her daughter, who, as it seemed to her, had some feeling for Levin, might refuse Vronsky out of unnecessary honesty, …”

연씨는 이 영역본에서나 러시아어 원문에서나 ‘성실함’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자신은 앞뒤 문맥을 고려해서 그것을 브론스키의 성실함으로 해석했노라고 밝혔다. 연씨는 성실함을 키티의 것으로 명토 박은 다른 영어 번역(She was afraid that her daughter who had once seemed to have a certain affection for Levin might be led by an exaggerated feeling of loyalty to reject Vronsky)을 아울러 소개하면서도 “저로서는 아직 ‘브론스키의 성실함’이란 해석에 더 마음이 기웁니다”라며 자신의 번역을 옹호했다.

그러나 연씨의 글이 오른 다음날 ‘wingit’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이 장문의 댓글을 통해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주로 영어를 사용한 이 글에서 그는 연씨가 소개한 두 가지 외에 또 다른 영역(as she fancied, a feeling for Levin might, from extreme sense of honor, refuse Vronsky)을 인용하면서 각 영역본에서 ‘성실함’에 해당하는 ‘honesty’ ‘loyalty’ ‘honor’의 주체가 모두 브론스키가 아닌 키티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다음날인 26일 다시 댓글을 올려 “오역을 정당화하는 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라며 연씨가 오역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댓글에 대해 번역자 연씨가 29일 댓글을 달았다. 그는 “(앞서 쓴) 글이 현재까지 <안나 카레니나> 1부 12장에 대해 제가 이해한 수준이자 결과물”이라며 “구할 수 있는 대로 다른 언어 판본들을 구해 비교해 보고(…)러시아문학 전공자 등에게 물어본 다음 그 결과물을 개정판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글의 말미에서 연씨가 누리꾼 ‘wingit’의 지적을 가리켜 “다양한 의견의 충돌”이라 표현하자 ‘wingit’은 이달 3일 다시 댓글을 올려 “번역은 의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역인가 아닌가가 있을 뿐”이라면서 연씨의 태도에 강한 실망감을 표하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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