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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얼마일까?

등록 2011-02-11 18:31

 돈의 인문학
돈의 인문학
돈의 인문학

“돈!” “돈?” 언뜻 자명해 보이지만, 선뜻 답하기 어렵다. 돈이란 대체 뭘까. <돈의 인문학>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돈을 ‘색다른’ 관점으로 조명했다. 숫자와 그래프로 얼룩진 경제서도,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공허한 인생 지침서도, 욕망을 자극하는 재테크 서적도 아니다. 지은이는 인간에게 돈은 뭔지, 개인은 돈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묻고 답한다.

무거운 질문과 달리 책은 술술 읽힌다. 돈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면서도 돈을 둘러싼 우리 자신들의 경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렇다. 1991년, 상명여대 한 미술 교수가 철제 조각품 다섯 점을 만들어 다른 작업장으로 옮기려 운동장에 내놨다. 이를 발견한 인부들은 고물상에 팔아 넘겼다가 구속됐다. 인부들이 손에 쥔 돈은 단돈 2만1500원. 다섯 점 가운데 두 점은 이미 절단난 상태였다. 교수는 3~4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탄식했다. 똑같은 쇳조각의 가치가 사람에 따라 천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0년 무렵 영화배우가 10만원을 버는 데 불과 0.09시간을 일하면 됐지만, 고물 수집상은 67.4시간을 일해야 했다. 700배가 넘는 ‘몸값’의 차이를 우린 과연 뭘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돈이란 매우 정확한 듯하지만, 그것처럼 오락가락하는 것도 없다”거나 “인간의 가치를 객관화하여 숫자로 정확한 값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돈에 대한, 돈과 인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줄 수 있는 책이다. 김찬호 지음/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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