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은
출판계 공멸 막기위한 합의사항
감시기구 개설…위반 때는 제재
전자책 시대에도 부응해 나갈 것
감시기구 개설…위반 때는 제재
전자책 시대에도 부응해 나갈 것
한국출판인회의 새 회장 고영은씨
“구간도서 할인율을 30% 이하로 제한한 합의사항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 어기는 출판사나 서점에 대해서는 도서 공급을 중단하거나 할인 없이 판매하도록 하는 등의 제재 수단을 동원하겠다. 일단 3월15일을 시행 기점으로 잡았다.”
23일 430여개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 조직인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의 2년 임기 새 회장(제7대)으로 추대된 출판사 뜨인돌의 고영은(54)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출판서점계의 할인 경쟁사태에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도서 할인율 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출판인회의가 주요 온·오프 서점들과 ‘출판유통 건전화를 위한 사회협약’을 맺고 구간도서 할인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실천방안’에 관해 고 회장은 “상당한 효과”를 확신했다. “요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역마진까지 감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책은 내용(콘텐츠)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최근 독서출판시장이 더욱 위축되면서 내용이 아니라 오로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출판사간, 서점간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공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협약은 그것을 막자는 것이다.”
출판서점계는 지금까지 출간한 지 18개월이 넘지 않은 ‘신간’도서는 정가의 10%까지 직접 할인을 할 수 있고 또 판매가의 10%까지 경품이나 마일리지 등의 형태로 추가할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결국 최대 19%까지로 할인율을 제한해 온 셈인데, 18개월이 넘은 ‘구간’에 대해서는 이런 제한마저 없어 50%가 넘는 할인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이 신간시장 위축, 출판사나 서점 약자들의 도태, 도서가격에 대한 소비자들 불신을 부르고 출판의 다양성과 질까지 망가뜨리고 있다는 경고가 출판계 안에서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중순 출판인회의는 교보와 서울·영풍 문고, 대교리브로,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11번가 등 8개 주요 온·오프 서점들과 과다 할인을 막기 위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얼마 전 실천방안도 마련했다. 그 핵심이 구간 할인율 30% 이내 제한규정이다. 고 회장은 “협약을 위반하는 출판사들 책은 서점에서 할인율 0%, 즉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만들고, 위반 서점들에 대해서는 출판사 쪽이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협약 이행을 감시할 상설기구인 ‘클린북센터’도 “곧 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최대 오픈마켓인 ‘지(G)마켓’이 협약에 동참하지 않아 반쪽짜리 협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우리가 힘을 합쳐 대처해나가면 그쪽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마켓의 참여 여부는 아직 최종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동참에 대한 기대도 접지 않았다.
고 회장은 올 하반기에 출범할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출판계가 원했던 독립적 새 기구 창설보다는 기존 기구까지 포괄하는 발전적 통폐합 모양새에 가깝다”며 유감을 표시했지만, “출판계의 오랜 바람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격과 직능을 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전자출판도 콘텐츠 보안문제 등의 기술 정비와 저작권 등 법적 정비를 서둘러, 전자책 구매자의 80% 이상이 불만을 표시한 빈약한 콘텐츠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전자책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저작권위원회를 전자출판위원회로 개명한다. 또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이라며 심화되는 활자 이탈 현상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 중에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3.5명이라는 최근 조사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내 주변을 보면 실제론 그 수치가 10명당 6.5명쯤은 되는 것 같다. 출판인회의 회장자리를 맡는다는 게 처음엔 무척 부담스러웠으나, 어차피 할 것이라면 이런 현실을 바꾸는 전기를 마련해보고 싶다.”
그는 “연간 2~3명씩 1천권 또는 한 수레 가득 책을 부상으로 선사하는 ‘책읽는 리더상’ 같은 걸 제정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994년 뜨인돌을 설립한 뒤 올해로 18년째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고 신임회장은 5년 전 출판인회의 출판사업위원장이 된 이래 총무위원장과 교육위원장을 거쳐 부회장 겸 산하 출판인 양성기구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원장, 파주출판문화정보단지 사업협동조합 이사 등으로 일해왔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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