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와 수구> /지성사·2만1000원.
한국의 보수와 수구 수구와 진보가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의 보수와 수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이나미 박사가 보수와 수구 사상을 비교한 연구서다. 지은이는 ‘이념의 역사’를 파헤쳐 이 둘을 구분하려 하는데, 그럴수록 부수적으로 수구와 진보의 공통점과 차이점 또한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나 보인다. 이 박사는 ‘수구’라는 말의 기원을 구한말 일본이 조선침략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파악한다. 가령 일본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대원군을 비판할 때 수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이 단어를 차례로 붙였다. 그 뒤 한국 사회에서 수구는 ‘강한 보수’ 정도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 박사는 보수가 세계를 ‘하나의 체계 혹은 질서’로 보는 데 반해 수구는 “세계를 둘로 본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진보이론인 마르크스주의가 현존 질서를 부정하고 피억압 계급이 해방된 또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구 또한 현 질서가 아닌 ‘옛날에 존재했던 질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지지세력이 현 체제의 주류가 아니듯이, 수구 이념의 지지세력 또한 주류세력이 아니다. 둘은 ‘앞’과 ‘뒤’라는 방향이 다를 뿐 현재와 화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 방향의 차이는 큰 운명의 차이를 만든다. 지은이는 보수는 사회 변혁의 시기에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여 다시 주류로 살아남는 자들이라고 지적한다. 수구는 옛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위기에 맞서다 대개는 몰락한다. 그러면 진보는? 바로 미래의 그 변화의 파도를 현실로 끌고오는 이들이다. /지성사·2만1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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