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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왜 루돌프는 산타 썰매를 끌게 됐을까

등록 2005-06-30 17:25수정 2005-06-30 17:25

 로또 블루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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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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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는 ‘매우 반짝이는 (사슴)코’를 가졌다. 지구촌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번듯한 양복을 걸친 채 예쁘장한 여자친구와 한밤의 데이트를 즐기는 중에 껄렁한 ‘다른 모든 사슴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루돌프가 겁없이 한 마디하면 사건은 일순 커진다. “음. 날 놀려대며 웃겠군.” 황금코를 시기하는 ‘다른 모든 사슴들’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것도 뻔하다. 이때 루돌프를 위기로부터 구한 이가 바로 산타다. “사슴 새끼들이 밤에 쏘다니구 그럼 안되지~”라며 담배를 ‘꼬나문’ 그의 어깨엔 권위가 살아 숨쉬는 ‘완장’이 있다. 그때부터 귀공자 루돌프는 채찍을 맞으며 성탄 전야마다 썰매를 끌어야 했다는데….

성장해 육체노동자로 전락한 둘리의 암울한 미래상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풍자해낸 최규석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견주게 된다.

변기현의 단편 만화집 <로또 블루스>(길찾기 펴냄·9500원)다. 계급의 폭력성과 인간 사회의 이기에 대한 은유가 기발한 ‘루돌프’를 포함해 모두 10개의 단편으로 짜여졌다.

노숙자가 로또에 당첨됐다. 빚이 많아 당첨금이 고스란히 채권자의 몫이 될 판이다. 목사에게 복권을 맡기며 거액을 헌납할테니 당장 생활비를 달라고 한다. 목사는 복권을 갖고 달아난다. 유부녀와의 불륜이 들통나 파파라치한테 금품을 요구받고 있는데다 신도가 줄어 교회에서도 쫓겨날 참이었다.

작가는 양심과 욕망의 함수를 도덕적으로 따지기 보다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복권은 가짜고 “어떤 신앙보다 행복하다”며 애인과 해외도피한 목사의 생활은 산산조각난다. 표제작 ‘로또 블루스’다.

요쿠르트를 생체에서 발효시키는 기능성 인간으로만 길러지는 ‘요쿠르트 아줌마’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센터 직원의 이야기(‘요쿠르트 도시의 사랑’)나 식용으로 길러지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 남자의 불행(‘푸드’) 등은 책 전체의 기조를 대표한다. 인간의 조건, 존엄성에 대한 탐구가 집요하다. 독자 각각이 이미 자신만은 ‘인간’인 것이 다행이라며 안일하게 위무할라치면 극은 반전하고 또 반전한다.

한 칸 한 칸이 핸드헬드 카메라에 잡힌 영상처럼 분주하고 다양하게 각도를 바꿔가며 포착된 장면들로 이어진다. 주인공의 동공에 맺힌 상을 옮기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섬세한 펜터치는 기본이다. 이런 묵직하고 실제적인 그림 스타일이 자신만의 서사와 어울린다. ‘로또 블루스’는 지난 29일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2005 오늘의 우리만화’로 뽑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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