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정가 전문가 이창연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 “도서정가제 논란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의 대결로 바라보는 시각이 먼저 없어져야 합니다. 이건 문화의 공공재인 책이 다양하게 숨쉴 환경을 만드느냐의 문제입니다. 크고작은 출판사와 서점, 작가들이 함께 서식하는 출판문화의 ‘종 다양성’을 지키는 기반이 정가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도서정가제 시행을 강화하는 쪽으로 마련된 도서정가제 관련법(‘출판인쇄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벌어지는 찬반 논란 때문에 다시 바빠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창연(54) 회장은 “정가제가 다 무너지면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 몇 곳을 빼곤 모두가 이득을 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판매를 고려해 미리 책값을 올려 책정하게 되면 소비자들도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7년 도서정가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80년대부터 도서정가제 문제에 관여해온 ‘도서정가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 여러 도서관단체와 시민독서단체, 저작자단체들이 함께 도서정가제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 그는 고무된 표정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인회의, 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서점단체들과 함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어린이도서연구회, 한국문인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도서관협회 등 12개 단체들이 ‘도서정가제와 독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문화단체’라는 이름으로 “도서정가제는 공공 문화주권”이란 요지의 정가제 지지 성명을 냈다. 이 회장은 “성명에서도 밝혔듯이,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도 도서잡지와 신문·음반에 정가제를 적용해 지식창작산업을 보호·진흥하고 있다”며 “정가제는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자와 독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문제”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책값이 할인된다고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그는 그리는 ‘정가제 없는 책 세상’은 암울하다. “할인경쟁이 치열하겠죠. 가장 먼저, 작은 동네서점들이 출혈경쟁을 견디지 못해 쓰러질 겁니다. 그게 전부가 아닐 겁니다. 대형 유통사는 출판사에 더 많은 할인을 요구할테고, 견디지 못한 작은 출판사들도 쓰러질 겁니다. 작가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정가가 없어지니 현행 인세의 적용 방식도 달라지고 출판사는 많이 만들어 많이 할인해 팔 수 있는 책의 작가를 주로 찾게 될테니 작가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화할 겁니다. 출판사와 작가 수가 줄면 책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겠죠.”
그는 “5, 6년 전에 정가제를 없앤 영국에선 10개 대형 출판사가 영국 책시장 전체의 80% 정도나 좌우한다” “80년대부터 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책의 종수는 정가제 없는 미국보다 훨씬 더 많다”며 정가제가 결국 문화자산의 다양성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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