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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감존엄 위협하는 “생명공학 나빠요~”

등록 2005-06-30 18:38수정 2005-06-30 18:38

 나쁜 과학<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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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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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없으시길! ‘나쁜 과학’이란 제목은 과학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이 책은 해명한다. 그렇지만 과학에도 ‘좋은 과학’ ‘나쁜 과학’이 있고 과학은 나쁜 과학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홍콩 출신의 영국 여성과학자 매완 호 교수(개방대학 생물학과)가 쓴 <나쁜 과학>(당대 펴냄)은 인간다움에 반하는 과학을 향해 “나빠요”라고 직설어법으로 소리치며 그 혐의자로 지목한 “근본적으로 위험한 유전자조작 생명공학”(부제)의 위험성을 따지고 든다. 호 교수는 급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 인 소사이어티(사회 속 과학)>( www.i-sis.org.uk )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의 얼개는 지금 보아 특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지엠오(GMO·유전자조작식품), 유전자차별, 인간복제, 유전자특허 등을 둘러싸고 생명공학이 예기치 않게 초래할 수 있는 여러 재앙 가능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여러 윤리·사회·철학적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그러나 현직 생명과학자, 또 유전공학의 규제를 주장해온 전문가모임 ‘제3세계 네트워크’를 대변하는 이런 주장은 갈수록 실용화 속도를 더하는 생명공학의 발전에 대응해 최근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좀더 급진적 비판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98년에 원서 초판, 1999년에 개정판이 나온 당시 분위기를 반영해, 이 책은 20세기 말 유럽에 널리 확산된 지엠오 반대운동의 기조와 분위기를 주로 담고 있다.

그가 책 곳곳에서 때로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며 지목하는 ‘나쁜 과학’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혼란에 빠뜨리고 파괴하는 과학”, “유전자결정론”의 과학, “즉각적인 이익을 위해 거대기업과 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과학”,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도덕적 가치와는 결별한 과학”, 결국 ‘인간다움에 반하는 과학’이다.

지엠오 · 인간복제등
생명공학 예기치 못한 재앙
사실에 바탕둔 용감한 비판
과학의 사회적 위험 지적도


그는 또 “인간유전자를 동물에, 동물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하여 종의 유전정보를 뒤섞어버리는“ 유전자 오염, “유전자 선별과 태아진단에 의한 유전적 차별과 우생학으로의 회귀”, “(인간유전자와 세포주 등) 생명체에 대한 특허”의 부도덕성 등을 경고하고 나선다. 차세대 국가경쟁력으로 주목받는 현대 유전공학의 상당부분이 그의 비판 대상이 된다.

그 비판의 밑바탕에는 ‘유전자결정론’은 과학이 아니라 잘못된 주장이라는 그의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호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축적된 과학 연구결과를 보면 유전자조작 생명공학을 이끌고 조장하는 유전자결정론 사고방식의 모든 가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만하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기계부품을 갈아끼우듯이 유전자 부품을 갈아끼워 생명조차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생명공학은 유전자를 기계 같은 고정불변의 것으로 이해하는데, 오히려 유전자가 환경의 도전에 끊임없이 대응하고 적응하는 “유동적 게놈(유전체)”임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의 손이 만드는 “자연적 유전공학”은 정교하게 이뤄지지만, 사람의 손이 만드는 “인공적 유전공학”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연적 유전공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려면 균형잡힌 안정된 생태계가 필요하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 농약에서 해방된 유기농업, 공중위생 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일관된 논지다.

위험한 유전자조작 연구의 모라토리엄(연구 중단)을 주장하는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 보아 과학기술이 사회에 끼칠 위험성에도 눈을 돌려 대다수 과학자들과 다른 비판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한 과학자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런 과학문화의 다양성을 찾기 힘든 우리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줄 만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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