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성공회대 교수
“분단 뒤 끊어진 고리 복원해야”
6주 강좌 뒤 7월엔 기행사업도
6주 강좌 뒤 7월엔 기행사업도
‘희망래일’의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
춘원 이광수가 1933년에 쓴 소설 <유정>에는 시베리아와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가 중요한 배경으로 나온다. 당시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이 우리 생활과 정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반도 종단열차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연결을 통해 잃어버린 대륙과의 연결고리를 찾자는 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희망래일’은 4월8일부터 6주 동안 ‘시베리아 인문학’ 제2기 강좌를 연다. 지난해 제1기 강좌에 이어 올해에도 첫 강연자로 참여하는 김창진(사진) 성공회대 교수는 “권력관계(정치)나 이해관계(경제)를 따지는 것에서 벗어나, 인문학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김 교수는 <시베리아 예찬>이란 책을 펴내는 등 꾸준히 러시아와 시베리아에 대한 소개를 해왔다.
김 교수는 “분단 뒤 대륙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미국·일본에만 의존하는 등 우리의 삶이 온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경제 영역도 그렇지만, 특히나 반공주의나 미·일 일변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갇히는 등 문화나 사상, 정신세계에서 그런 단절이 두드러졌다는 진단이다. 정치·경제 영역에서는 그동안 외교 회복과 경제 협력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문화·사상·정신에서는 그렇지 못해 ‘인문학적 접근’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인문학적 접근의 한 사례로, 김 교수는 시베리아가 가진 유배지로서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19세기에서 20세기 러시아의 급진적 지식인·혁명가들이 시베리아로 유배를 갔는데, 유배지에서 그들과 민중의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크로폿킨이나 바쿠닌 같은 아나키스트 사상가들의 유산을 비롯해, 지금 우리가 시베리아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인문학적 자원은 매우 풍부합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시베리아의 자연지리와 인문지리,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역사, 식민지 개척사, 러시아 예술과 문학, 사상 등을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다.
러시아 한인사회와 독립운동사를 소개하는 박환 수원대 교수, ‘초원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를 강연하는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북한철도와 대륙철도의 연계 계획을 소개하는 철도전문가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 동북아의 신화적 사고와 평화운동을 연결하는 김봉준 화가, 시베리아에서 한국의 감성을 찾는 문병란 시인 등이 김 교수와 함께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를 책임진다.
김 교수는 “이런 배움은 결국 물리적인 경험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며 희망래일이 펼치는 철도 연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희망래일은 이번 시베리아 인문학 강좌에 이어 오는 7월에는 9박10일 동안 펼치는 ‘유라시아 횡단철도 대장정’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글 최원형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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