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용 에이전트
‘엄마를…’ 수출길 뚫은 이구용 에이전트
<엄마를 부탁해> 미국판의 성공 뒤에는 에이전트인 이구용(46·사진)씨가 있다. 그는 16년 동안 다니던 저작권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를 지난 18일자로 그만두고 한국 저작물의 해외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케이엘(KL) 매니지먼트’를 차려 독립했다. 수입에서 수출로 방향을 튼 것이다.
“우리 것을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편이에요. 1995년 임프리마에 입사해서 주로 저작권 수입 업무를 보았는데, 입사 다음해부터 수출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다지 체계적인 게 아니었고 외국의 관심도 적었던데다 무엇보다 접촉 지점이 잘못됐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죠.”
2000년대 들어 아시아권을 필두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다시 용기를 얻었다. 중화권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께에는 ‘난공불락’이라는 미국 시장에 부딪쳐 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세계 시장에서 먹힐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기에는 문학 장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목록을 작성하고 작품을 읽는 한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어요.”
2005년 김영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영문 판권이 미국의 문학 전문 출판사 하코트에 팔린 것이 의미 있는 첫 결실이었다. 그 뒤 김영하의 <빛의 제국>과 조경란의 <혀> 등이 미국에서 출간되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이런 경험의 축적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처음 검토 단계에서부터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엄마라는 소재가 지닌 보편성에다, 다른 나라와는 다른 한국만의 개성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더욱 호소력을 지녔죠. 이 작품을 통해 전환기 한국의 가족과 사회상을 볼 수 있었다는 독후감도 있습니다. 내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도 기대하고 있어요.”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에서 기록적인 판매 부수를 보였다는 사실 역시 해외 출판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선전 덕분에 같은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영국 쪽에서 번역 출간 계약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또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봉순이 언니> 같은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들 역시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본격문학은 아니지만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과 조창인의 <가시고기>처럼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 또한 그의 저작권 수출 목록에 들어 있다. 현재 그가 저작권 수출을 관리하고 있는 작가는 신경숙, 공지영, 조경란, 한강, 김연수, 편혜영, 이정명, 조창인, 이은, 이재익, 하일지 등이다.
“한국 작품을 해외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문학성을 따지기보다는 상업적인 접근이 불가피합니다. 그동안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적잖은 작품이 해외에서 나왔지만, 현지 출판사의 상업적 고려에서 출간을 결정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미국 시장이 번역 문학에 폐쇄적이라고는 해도 ‘팔릴 수 있다’는 자신만 주면 그들도 얼마든지 관심을 보입니다. 에이전트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죠.” 글 최재봉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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