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없는 경제학
잠깐독서
<숫자 없는 경제학>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내내 이어졌던 한국은행과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미 2005년 자서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재경부에 대한 한국은행의 독립투쟁사를 “누구도 중재하지 않는 카인의 후예들 간의 떼와 오기로 맞선 이전투구였다”고 규정했던 강 전 장관이 한국은행 개입을 늦출 리 만무했다.
한국은행에서 27년째 일해온 차현진씨가 쓴 <숫자 없는 경제학>은 강 전 장관의 질타에 답한다. 책은 강 전 장관이 어렵게 구했다는 ‘불타지 않은 블룸필드 보고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 도서실에 50년 넘게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며 한은법 제정과정에서 “굉장한 로비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전형적인 카더라식 수법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은이는 블룸필드가 재직한 대학까지 찾아다니며 강 전 장관의 주장이 거짓된 포장과 의도된 침묵으로 덮여 있음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금리와 성장을 두고 중앙은행과 행정부의 갈등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듯이 금융위기도, 대응도, 이미 여러번 되풀이된 일이다. 얼마 전 정부는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른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고환율과 성장주의를 잠시 접는 모양새를 취했다. 시점도 늦었지만 목표도 석연치 않다. 미국 연준의장 매리너 에클스는 대공황 때 과감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가 2차 세계대전 뒤에는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었다고 이 책은 전한다. 루스벨트의 뉴딜이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정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차현진 지음/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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