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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섯개 단편 실은 윤영수 소설집

등록 2011-04-01 21:13

귀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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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귀가도>

윤영수 소설집 <귀가도>에는 ‘귀가도(圖)’ 연작 세 편을 포함해 여섯 단편이 실렸다. 이 가운데 ‘도시철도 999’를 부제로 삼은 연작 두 번째 작품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제목에 가장 부합해 보인다. 피시방에서 밤을 새운 청년 백수 ㅈ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림역에서부터 구의역까지 가는 동안 차량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하철이라는 단면을 통해 본 당대 한국 사회의 초상인 셈이다. 젊은 ㅈ이 노약자석에 앉았다며 야단치는 노인들, 이혼한 남편에게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여자, 시디 행상과 걸인 등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인물과 풍경이 범상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인물이 있다. 노인들에게 혼나는 ㅈ에게 자리를 양보할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과도한 꾸지람에 맞서 ㅈ을 감싸는 해결사 ㅊ이다. 그는 남들 눈에는 냉혈한으로 비칠지 몰라도 그 자신은 약자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내심 자부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특별한 것은 그가 전형적인 ‘윤영수적 인물’의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평판작 <착한 사람 문성현>에서 확인했다시피 윤영수의 특장은 착한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번 책에 실린 단편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의 주인공 유순봉은 ‘문성현스러움’이 극단화한 경우다. 머리가 약간 모자라는 그는 제 단칸방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내에게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둥이다. 그가 자신의 불우를 행운으로 바꿔 생각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해 ‘어머니, 고맙습니다’라고 되뇌는 모습은 작가가 생각하는 선의 윤리의 끝간 데를 보여주는 듯하다. /문학동네·1만원.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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