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시민의 편에서 과학을 바라보라”

등록 2011-04-13 19:50

김명진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김명진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앨런 어윈 ‘시민과학’ 국내 번역 출간
‘무지한 대중’과 ‘신뢰받지 못하는 전문가’는 이제 사회적 논란의 단골 메뉴다. 2008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논란,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 최근 일본 원전 사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회 이슈 속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과학’이라는 전문적 영역과 일반 시민들의 인식 사이의 괴리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과학과 시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 책인 <시민과학>이 최근 번역되어 나왔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해온 영국의 ‘과학지식 사회학자’ 앨런 어윈이 1995년에 쓴 책이다. 이 책의 공동 옮긴이 가운데 한 명인 김명진(사진)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은 이 책에 대해 “과학과 시민에게 대칭적인 지위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왜 대중들은 과학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탓한다. 여기에는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이 전문가들로부터 과학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과학의 대중화’ 등을 통해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대항(counter) 전문가 집단도 역시 이런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어떤 입장에 서 있느냐만 다를 뿐, 대중들에게 전문가들의 판단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계몽적 입장에선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윈은 울리히 벡과 앤서니 기든스의 위험사회론 등 다양한 지적 자산들을 동원해, “시민의 편에서 과학을 바라보자”고 주문한다. 어윈의 관심사는 커뮤니케이션의 확대에 있다. 곧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험실 과학’이든 시민들의 경험적인 과학이든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부소장은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전문가들의 의견과 동등한 비중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을 두고 벌어졌던 논란 속에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과 관련된 제대 해병대원의 증언이나 서해 바다에 대한 어부들의 경험지식 등 시민들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고 했다.

<시민과학>
<시민과학>
김 부소장은 “시민의 경험이나 견해들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과학’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공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시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문제점을 의뢰받아 과학적 검토를 통해 적절한 답을 내놓는 기구인 ‘과학상점’ 역시 시민과학의 취지를 반영한 제도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는 “기성체제를 대변하는 전문가를 비판하는 대항 전문가의 존재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대항 전문가들이 있어야 전문가들의 논의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바구니를 통해 시민 참여가 확대될 수 있으나 개발주의 담론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열려 있지 않다는 개탄이다. 글 최원형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