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아이>
뤼크 자케 원작·플로랑스 레이노 지음·허보미 옮김/톡·1만1000원 나무줄기가 구불구불 뒤틀린 아름드리 너도밤나무. 그곳에서 아홉살 소녀와 붉은여우가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첫사랑과도 같은 운명적인 만남 이후 소녀는 여우를 찾아 숲을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계절이 두번이나 바뀌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친구가 된다. 모험심 가득한 소녀와 야생 여우의 교감을 다룬 동화 <여우와 아이>가 나왔다. 동화작가 플로랑스 레이노가 뤼크 자케 감독의 동명 극영화를 글로 옮겼다. 뤼크 자케의 전작 <펭귄의 모험>에 감동받았다면, <여우와 아이>의 국내 미개봉 아쉬움을 책으로 달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이 영화가 책으로 나온 건 두번째다. 지난해 말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번역가에 의해 그림책이 출간됐다. 하지만 프레데릭 망소가 천 위에 그린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원작에 좀더 가까운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사진을 집어넣은 이번 책이 더 맞춤일 듯싶다. 소녀에 대한 ‘경계’를 늦춘 여우는 친구를 숲 속 세계로 초대한다. 사락사락·갉작갉작… 미지의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갖가지 소리들은 소녀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지만 햇빛에 반짝거리는 맑은 계곡물과 시원한 그늘, 거대한 동굴과 황금빛 석순, 담비와 수달과 반딧불이…. 이름만 들어도 청량감이 샘솟는 ‘자연’이 자신을 반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우와의 우정은 점점 깊어지고, 소녀는 온전히 숲 속 세계의 일부가 된 듯한 교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우가 소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내어 주었을 때, 소녀는 그만 교만해져 버리고 만다. 소녀는 여우를 억지로 인간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고, 여우는 온몸으로 그를 거부한다. 우정은 결국 ‘슬픈 결말’에 이른다. <여우와 아이>는 모험, 성공과 실패, 올바른 관계에 대한 깨달음, 성장… 어린이책에 있으면 좋을 법한 여러 요소들을 어색하지 않게 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자연을 묘사하는 여러 낱말들의 싱그러움까지 더해져, ‘학습물’에 지친 어린이들의 심신에 적잖은 위로가 될 듯도 하다. 초등 3학년 이상.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뤼크 자케 원작·플로랑스 레이노 지음·허보미 옮김/톡·1만1000원 나무줄기가 구불구불 뒤틀린 아름드리 너도밤나무. 그곳에서 아홉살 소녀와 붉은여우가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첫사랑과도 같은 운명적인 만남 이후 소녀는 여우를 찾아 숲을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계절이 두번이나 바뀌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친구가 된다. 모험심 가득한 소녀와 야생 여우의 교감을 다룬 동화 <여우와 아이>가 나왔다. 동화작가 플로랑스 레이노가 뤼크 자케 감독의 동명 극영화를 글로 옮겼다. 뤼크 자케의 전작 <펭귄의 모험>에 감동받았다면, <여우와 아이>의 국내 미개봉 아쉬움을 책으로 달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이 영화가 책으로 나온 건 두번째다. 지난해 말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번역가에 의해 그림책이 출간됐다. 하지만 프레데릭 망소가 천 위에 그린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원작에 좀더 가까운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사진을 집어넣은 이번 책이 더 맞춤일 듯싶다. 소녀에 대한 ‘경계’를 늦춘 여우는 친구를 숲 속 세계로 초대한다. 사락사락·갉작갉작… 미지의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갖가지 소리들은 소녀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지만 햇빛에 반짝거리는 맑은 계곡물과 시원한 그늘, 거대한 동굴과 황금빛 석순, 담비와 수달과 반딧불이…. 이름만 들어도 청량감이 샘솟는 ‘자연’이 자신을 반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우와의 우정은 점점 깊어지고, 소녀는 온전히 숲 속 세계의 일부가 된 듯한 교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우가 소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내어 주었을 때, 소녀는 그만 교만해져 버리고 만다. 소녀는 여우를 억지로 인간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고, 여우는 온몸으로 그를 거부한다. 우정은 결국 ‘슬픈 결말’에 이른다. <여우와 아이>는 모험, 성공과 실패, 올바른 관계에 대한 깨달음, 성장… 어린이책에 있으면 좋을 법한 여러 요소들을 어색하지 않게 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자연을 묘사하는 여러 낱말들의 싱그러움까지 더해져, ‘학습물’에 지친 어린이들의 심신에 적잖은 위로가 될 듯도 하다. 초등 3학년 이상.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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