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이 닥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번역 출간되었다. 사진은 영화 <더 로드>의 한 장면.
자칭 ‘생존 전문가’ 미국인 2명
대피법과 자연 에너지 활용법
비상 요리·식수 제조법 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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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제임스 웨슬리 롤스 지음·노승영 옮김/초록물고기·1만5800원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코디 런딘 지음·정지현 옮김/루비박스·1만3000원 유쾌한 상상은 아니다. 대재앙이 닥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지금의 안락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온갖 문명의 혜택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어서 때론 하기 싫은 상상도 해야 하는 법이다. 지난달 일본을 덮친 지진해일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핵발전소 사고를 보라. 그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인들 그런 재난을 상상이나 하고 싶었겠는가. 지진과 해일, 핵발전소 사고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화산 폭발, 크고 작은 규모의 전쟁, 테러리스트의 핵 공격이나 생화학 공격, 급격한 기후 변화, 전염병,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 전력과 통신망 마비, 경제활동을 중단시킬 정도의 불황, 석유 금수…. 생각해 보면 위험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재난을 미리 상상하는 일의 좋은 점 하나는 실제로 상황이 닥쳤을 때 그에 대비할 능력을 길러 준다는 것이다. 여기 상상하기도 싫은 대재난이 발생했을 때 당신의 생존을 책임지겠노라는 책들이 있다. 제목부터가 ‘살벌한’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과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이다. ‘생존 전문가’를 자처하는 미국인들이 쓴 두 책 모두 최악의 재난 상황을 상정하고 그럴 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세상의 종말에서…>는 미 육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가족 생존 대책을 주제로 한 블로그(SurvivalBlog.com)의 운영자인 제임스 웨슬리 롤스가 쓴 책이다.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티오트워키’(TEOTWAWKI)를 상정하고 그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품과 요령을 종류별로 정리해 두었다. 야생 생존 훈련학교의 창시자이자 야바파이 대학 교수인 코디 런딘이 쓴 <재난이 닥쳤을 때…> 역시 이론과 실전 편으로 나누어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일러준다. 대피처, 물과 식량, 연료, 위생, 통신과 교통, 피난 등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것들의 세목은 두 책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의 종말에서…>가 유용한 웹사이트와 참고 도서, 생존 관련 교육과정을 풍부하게 소개한다면, <재난이 닥쳤을 때…>는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다.
롤스가 제안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티오트워키 주말 체험’이 있다. 주말 사흘 동안은 두꺼비집을 차단하고 가스 밸브와 수도 밸브를 잠그며, 식량은 저장된 것만 이용하고 장작 난로나 캠핑 버너로 요리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재난 상황에 준하는 상태에서 주말을 지내 보면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런딘은 아예 평소의 삶을 재난 상황에 맞추어서 하고 있다.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이 되도록 직접 설계한 집에서 전기가 아닌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고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며, 배설물을 직접 처리하고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며 먹을거리도 직접 만든단다. 화장지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돌, 막대기, 풀, 나뭇잎, 눈, 나뭇가지와 관목, 헝겊 조각, 신문, 잡지 등의 장단점을 비교해 놓은 대목이라든가, 곤충과 쥐를 잡아서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한 대목 역시 직접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조언들이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샘이나 개울, 강, 호수 등 취수원 근처에 거주지를 마련하라는 주문, 빗물과 변기 뒷부분의 물을 소독해서 식수로 사용하는 방법, 소금 쌀 밀 분유 통조림 설탕(꿀) 등의 필수 식량,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식량을 숨겨 두는 방법, 피난 가방 싸는 요령, 나아가 약탈자로 변한 동료 시민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과 스트레스 및 공포를 이겨내는 법에 이르기까지 두 책의 조언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시시콜콜하지만, 지은이들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진지하고 심각하다.
“냉장고는 음식으로 가득하고,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켜지고, 전화기는 24시간 연결되고,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변기 손잡이를 내리면 물이 개운하게 내려가고, 월급은 자동으로 통장에 입금되고,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고, 실내 온도가 쾌적하게 유지되고, 텔레비전이 24시간 방송되고, 인터넷이 나를 세상과 연결한다.”(<세상의 종말에서…>)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이 사실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는 것 역시 두 책을 읽으면서 덤으로 얻게 되는 효과라 하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제임스 웨슬리 롤스 지음·노승영 옮김/초록물고기·1만5800원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코디 런딘 지음·정지현 옮김/루비박스·1만3000원 유쾌한 상상은 아니다. 대재앙이 닥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지금의 안락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온갖 문명의 혜택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어서 때론 하기 싫은 상상도 해야 하는 법이다. 지난달 일본을 덮친 지진해일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핵발전소 사고를 보라. 그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인들 그런 재난을 상상이나 하고 싶었겠는가. 지진과 해일, 핵발전소 사고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화산 폭발, 크고 작은 규모의 전쟁, 테러리스트의 핵 공격이나 생화학 공격, 급격한 기후 변화, 전염병,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 전력과 통신망 마비, 경제활동을 중단시킬 정도의 불황, 석유 금수…. 생각해 보면 위험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재난을 미리 상상하는 일의 좋은 점 하나는 실제로 상황이 닥쳤을 때 그에 대비할 능력을 길러 준다는 것이다. 여기 상상하기도 싫은 대재난이 발생했을 때 당신의 생존을 책임지겠노라는 책들이 있다. 제목부터가 ‘살벌한’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과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이다. ‘생존 전문가’를 자처하는 미국인들이 쓴 두 책 모두 최악의 재난 상황을 상정하고 그럴 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냉장고는 음식으로 가득하고,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켜지고, 전화기는 24시간 연결되고,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변기 손잡이를 내리면 물이 개운하게 내려가고, 월급은 자동으로 통장에 입금되고,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고, 실내 온도가 쾌적하게 유지되고, 텔레비전이 24시간 방송되고, 인터넷이 나를 세상과 연결한다.”(<세상의 종말에서…>)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이 사실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는 것 역시 두 책을 읽으면서 덤으로 얻게 되는 효과라 하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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