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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쌍둥이 작가 새 소설, 주인공 입맛이 똑같네

등록 2011-04-22 21:33수정 2011-04-22 22:09

쌍둥이 자매 작가 장은진(오른쪽)·김희진씨
쌍둥이 자매 작가 장은진(오른쪽)·김희진씨
소재·이야기 전개법 다르지만
내면 상처 위로하는 구성 닮아
주인공 모두 라면 좋아하기도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장은진 지음/자음과모음·1만1000원

<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자음과모음·1만1000원

쌍둥이 자매 작가 장은진(오른쪽)·김희진씨가 장편소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와 <옷의 시간들>을 나란히 내놓았다. 지난해 7~11월 인터넷서점 인터파크에 동시 연재했던 작품들로, 분량도 200자 원고지 850장으로 같다.

자매나 형제, 부부나 부모 작가는 적지 않아도 쌍둥이 작가는 한국 문단에서는 두 사람이 유일하다. 세계 문학사에서도, 적어도 이름이 알려진 이들 가운데에서는 선례를 찾기 어렵다. 나름대로 문학의 신천지(?)를 열어 가고 있는 두 사람이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쌍둥이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털어놓았다.

<옷의 시간들>
<옷의 시간들>
“아직도 둘 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방도 같이 쓰는데, 글을 쓸 때 저는 거실에서 쓰고 쟤는 방에서 써요. 처음엔 같이 방에서 썼는데, 서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안 되겠더라구요.”(희진)

“제가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조금 커요. 자기는 한 줄도 못 쓰면서 끙끙대고 있을 때면 제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방문 너머로까지 들리나 봐요. 가끔은 ‘그렇게 자판 세게 두드려서 쓴 소설 치고 잘 나온 것 못 봤다’는 악담도 하더라구요.(웃음)”(은진)

1976년생이니 올해 세는 나이로 서른여섯. 삼십 분 먼저 태어난 언니를 가리켜 동생은 거리낌없이 ‘쟤’라고 했다. 언니를 소설가의 길로 이끈 게 자신이기 때문일까.

“쟤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고 저는 국문과엘 다녔어요. 제가 대학 3학년 때 소설창작론 강의 과제로 소설을 쓰고 있자니, 그런 저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라구요. 기분이 살짝 상해서 ‘너도 한번 써 봐라’ 했더니 그날 바로 쓰기 시작하데요. 그렇게 쓴 첫 소설을 저희 교수님이 보시더니 가능성 있다고 하시고, 결국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죠.”(희진)


시작은 늦었지만, 등단은 언니가 빨랐다. 은진씨는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먼저 등단했고, 희진씨는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다.

“제가 먼저 등단하게 됐는데, 어차피 동생도 언젠가 등단할 테니 내가 이름을 바꾸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얼굴도 똑같이 생겼는데, 이름에서라도 구분이 돼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름이 달리 불리는 건 어쩐지 싫어서 성을 바꾸게 됐어요. 부모님 성은 모두 김인데, 제 이름에는 ‘장’이 어울릴 것 같더라구요. 문장의 ‘장’이기도 하고, 작가로서 길게 가자는 ‘장’이기도 하고, 장편을 잘 쓰자는 ‘장’이기도 하구요.”(은진)

등단 이후 은진씨는 소설집 <키친 실험실>과 두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냈으며,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조금 늦게 출발한 희진씨는 지난해 첫 장편 <고양이 호텔>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이번 책이 은진씨에게는 세 번째 장편, 희진씨에게는 두 번째 장편이 된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은진씨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몸 안에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태어났으며 전기를 먹고 사는 여자 제이를 중심으로 두 남자 와이와 케이까지 세 젊은이의 방황과 위안의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에 담았다. 희진씨의 <옷의 시간들>은 밤의 빨래방에서 마주치는 외로운 사람들의 소통과 위로의 과정을 그렸다. 소재도 다르고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이들이 자신과 다른 듯 닮은 타인의 상처를 목격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다는 큰 틀에서는 닮은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두 소설의 주인공이 똑같이 라면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부담스러워서 바꿔 볼까도 했지만, 그런 설정이 각자의 소설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어서 바꾸지는 못했단다.

서로의 첫 독자가 되어 준다는 점, 믿을 만한 동료한테서 솔직한 지적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같은 성장 과정을 거쳤고 여전히 한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다 소설 세계에도 공통점이 많은 것은 단점이자 제약이 되기도 한다. 문단 안팎의 지인들이 ‘누가 더 잘 쓰나’ 하는 식의 눈으로 지켜보는 것도 은근히 부담이 된다고.

“초기 장편은 은둔과 고립이라는 주제가 비슷했던 데 비해, 이번 소설은 각자의 개성을 찾아가는 등 달라졌다는 평을 들었어요.”(은진)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한다는 점은 둘이 비슷하죠. 다만 저는 앞으로 환상성을 더 가미한 소설을 쓰고 싶어요.”(희진)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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