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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소녀의 꿈 앗아간 ‘난징대학살’ 그렸죠

등록 2011-05-12 19:31수정 2011-05-13 10:18

야오훙 교수
야오훙 교수
“전쟁에 삶 뺏긴 민중이야기”…한·일 작가 이어 출간
서양화풍 대신 중국화로 그려 호평…난징 전시 계획
‘한·중·일 평화그림책 공동기획’ 첫 중국작품 낸 야오훙 교수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국편이 첫선을 보였다. 야오훙(50·사진) 난징예술대 교수가 펴낸 그림책 <경극이 사라진 날> 출간에 맞춰 최근 서울을 찾았다.

평화그림책은 일본 작가들이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한·중·일 3국 작가들이 함께 어린이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전하자는 취지로 제안해 기획됐다. 지난해 한국 작가의 책 <꽃할머니>·<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과 일본 작가의 <평화란 어떤 걸까> 등 모두 3권이 먼저 선보였다.

야오 교수는 지난 10일 만난 자리에서 84살인 작가의 어머니가 겪었던 일제의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삼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꼭 그리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번 기획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수필집에 나온 사건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평화로운 난징에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9살 소녀의 집에 당시 인기 경극 배우 샤오윈셴이 묵으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2주 동안 머무르며 매일 아침 난징을 감싸고 흐르는 친화이허 강변에서 경극 연습을 하고, 그를 보기 위해 강변에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드디어 경극이 시작됐고 난징 전체가 축제에 빠진 것 같았다. 난생처음 경극을 본 주인공도 잠을 못 이뤘다. 하지만 이튿날 샤오 아저씨는 모든 짐을 챙겨 떠나버렸다. 바로 그날 일본군의 공습이 시작됐고 소녀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방공호에서 무시무시한 폭격기 소리를 체험한다. 엄마 품에서 소녀는 그날 밤 경극 무대의 화려한 불빛을 생각한다.

일본군은 1937년 난징을 침공해 30만명의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야오 교수의 외삼촌도 그 와중에 희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책에는 경극만 나오고 전쟁은 나오지 않는다. 야오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경극에 살고 경극에 죽었다”며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일본 침략 때문에 칼로 잘려지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일본 작가들과의 공동작업에 대해 야오 교수는 “생각이 그렇게 다를 줄 몰랐다”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라 경극을 보고 울고 웃던 민중들인데 일본 작가들이 ‘왜 경극 배우를 좀더 부각시키지 않느냐’고 지적해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난징예술대에서 중국화를 전공했지만 서양화풍 그림을 주로 그려왔던 그는 이번 책에서 처음으로 순중국화 그림책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난징에서 조만간 삽화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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