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잠깐독서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똥냄새는 왜 고약할까? 기생충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과 관계하는 기생충이 많다는 뜻이다.
기생충은 언제나 우리 몸 안에 존재해왔다. 한 알로 사람 몸속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신약이 나오고 생활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2010년 현재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은 몸속에 여전히 기생충을 지니고 있다. 첨단 의학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90%의 인구는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아무런 의료 시설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
기생충학자 정준호씨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머물렀던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카풍아 클리닉이 바로 그런 곳이다. 대변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나왔다며, 혹은 기침을 했더니 입에서 벌레가 나왔다며 회충을 휴지에 곱게 싸서 들고 오는 환자들을 보며 그는 기생충과 인간의 팽팽한 힘겨루기에 주목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이 책을 ‘기생충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의 시선은 기생충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서로 기생·공생하며 살아가는 생물의 진화에도 닿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덧붙여 그는 기생충이 갖는 다양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생충의 발생 및 소멸의 역사를 되짚다 보면 인류의 이동사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약한 말라리아로 신경매독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것도 기생충이었다. 그래서 기생충은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라는 이야기다. 정준호 지음/후마니타스·1만3500원.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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