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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독도분쟁 낳은 박정희 정권의 밀실외교 흑막

등록 2011-05-13 21:24수정 2011-05-14 15:34

<독도밀약>
<독도밀약>
<독도밀약>
노 다니엘 지음, 김철훈 옮김/한울ㆍ2만4천원

1965년 1월11일 저녁 서울 성북동 범양상선 소유주 박건석의 저택 홈바. 일본 국무대신의 밀사인 우노 소스케 중의원 의원(나중에 총리), 정일권 한국 국무총리와 김종락(김종필씨의 형) 한일은행 상무, 문덕주 외무차관, 시마모토 겐로(<요미우리신문> 서울특파원) 등 다섯 명이 모였다. 14년간 진행해온 한일회담 타결의 최대 쟁점이었던 ‘독도 문제’에 관한 밀약이 최종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5개월 뒤 일본의 대한 지원과 한일강제병합조약 무효화 선언 등을 담은 한-일 기본조약이 공식 체결돼 두 나라 국교가 마침내 정상화된다.

“독도·다케시마 문제,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써 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조약에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미해결의 해결’ 상태로 한-일 정부 간 영유권 해결을 미뤄놓은 독도밀약은 2007년에 처음 공개돼 한-일 간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통 정치경제학자인 노 다니엘씨가 당시 박정희 정권의 밀사로 한-일협상 막후에서 활동했던 김종락씨와 일본 쪽 연락책인 시마모토 겐로 등 주요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해 확인한 내용이었다.

노 다니엘이 쓴 <독도밀약>은 이 독도밀약의 내용과 진행 과정, 배경을 풍부한 자료와 인터뷰로 현대사 다큐멘터리처럼 재구성한 책이다. 일본에서 먼저 발간된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돼 16일 출간된다. 지은이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에 관한 어떤 약속이 있다”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귀띔에서 독도밀약을 취재하기 시작해 5년 가까이 이 문제를 파고들어 책을 썼다.

책을 읽다 보면 1996년 6월 김영삼 정부가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때까지 한-일 두나라 정부가 왜 조용한 외교로 일관했는지를 뒤늦게 유추해볼 수 있다. “양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시에 그것에 반론하는 것에 이론이 없다”는 독도밀약 첫 조항이 상당 기간 유효하게 지켜진 것이다.

책은 당시 한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일본의 자금이 필요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빌미를 제공한 박정희 정권의 대일 밀실외교의 흑막을 폭로한다. 한국 외무장관과 주일 한국대사가 밀약 사실을 모른 채 실무 협상에서 독도영유권 주장을 하다 밀약의 실체를 아는 일본 쪽 외교관들의 조롱을 사는 장면도 부끄럽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대사다. 2차대전 이후 연합국과 일본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이 한국령으로 인정받고 있었던 독도를 일본이 반환해야 하는 영토대상에서 빼내는 과정 등을 보면 일본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외교활동과 역사자료 조사를 실시했는지 알게 된다.

한국 군사정권들이 독도밀약을 끝까지 지켰던 것에 대한 지은이의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주군관학교나 일제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들에게 ‘일본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관념이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부터 전두환과 노태우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던 시점까지 독도밀약의 정신은 전승되고, 결과적으로 지켜지고 있었던 셈이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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