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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 ‘촛불’ 앞에 당당할 수 있나

등록 2011-05-25 20:30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새 평론집 낸 백낙청 명예교수
문학이 무엇인지…
“자기네끼리만 읽는 글”
현실 대응 비판적 점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첫번째·두번째 저서 묶어
초기형태 민족문학론 생생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2007년 이후 쓴 문학평론들이 제1부에 실렸고, 찰스 디킨스와 토머스 하디, 조지프 콘래드 같은 영국 작가들을 다룬 글들이 2부로 묶였다. 이 가운데 표제 평론인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은 ‘촛불과 세계적 경제위기의 2008년을 보내며’라는 부제가 가리키듯 2008년 한국을 뒤흔든 촛불 집회를 지켜보면서 문학이 당대 현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백 교수는 “평론가들이 자기네끼리만 읽히는 글쓰기로 자족하고 작가들조차 상당수가 그런 평론에 언급되기 위한 작품만 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지금이야말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다시 던져야 하는 때라고 주장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사실주의’와 ‘리얼리즘’의 구분이다. 오늘날 평론가들이 사실주의와 리얼리즘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리얼리즘을 낡은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자연주의적 모사론’으로서의 사실주의와 이를 극복한 심화된 리얼리즘을 구분하자는 쪽이다. 그가 보기에 리얼리즘은 “여전한 열쇠말”이다. 그는 일부 작가들이 사실주의적 기율을 ‘함부로’ 어기고 자의적인 묘사와 서사를 되풀이함으로써 독자에 대한 예의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그는 윤영수의 <소설 쓰는 밤>이 지닌 날카로운 현실비판 정신, 그리고 박민규 소설 <핑퐁>의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높이 평가한다.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과 함께 나온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에서는 ‘백낙청표 민족문학론’의 초기 형태를 엿볼 수 있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 권두논문인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 민족문학론의 전 단계를 보여주는 ‘시민문학론’, 그리고 “‘민족’이라는 단위로 묶여 있는 인간들의 전부 또는 그 대다수의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학”이라는, ‘민족문학’에 대한 유명한 정의를 담은 ‘민족문학 개념의 정립을 위해’ 등이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에 포함되었다면,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에 묶인 글들은 문학평론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분단체제론 등으로 발전해 나갈 사회과학적 성격의 논문과 시사 칼럼이 대종을 이룬다.

책을 내고서 25일 낮 기자들과 만난 백 교수는 “첫 두 책을 개정 출간하느라 30, 40년 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처음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자부한다”며 “그러나 ‘민족문학’이 주제목에서 부제로 내려간 데에서 보듯, 지금은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말을 그 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상대적으로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신실하게 계속 하는 일은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긴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비평이라면, 그것은 인문교양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중요성은 문명사회의 누구에게나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죠. 평론가란 어디까지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 독자를 위해 자신이 읽은 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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