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한국사
만약에 한국사
올해로 1987년 6월 항쟁은 24돌을 맞았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니었던 7년 동안의 전두환 독재 정권이 물러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한국 현대사 속 사건이다. 하지만 만약 이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없었더라면 과연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있어 가정은 부질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통해 그 ‘결정적 순간’의 의미와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알아볼 수는 있다. 책 <만약에 한국사>는 지금 우리 사회의 틀을 만든 중요한 사건들에 이런 의문을 던지며, 그 결과가 과연 잘된 선택이었는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묻고 답을 찾아간다. <한겨레21>에 연재됐던 34편의 글을 한데 모아 나오게 됐다.
그럼 어떤 결정적 순간들이 가정법의 대상이 되었을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지 않았다면’ ‘고종이 망명 정부를 세웠다면’ ‘해방 뒤 토지개혁이 실패했다면’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같은 정말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만이 아니라 ‘대북 쌀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대원외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IMF 구제금융 대신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다면’ ‘임시 행정수도 계획이 실현됐다면’ 등 지금 우리 피부에 와닿는 현재진행형 사회 경제적 이슈들을 다룬 점이 와닿는다.
지은이들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역사에 대한 가정은 부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는 우리에겐 앞으로 갈 길을 내다보는 데 중요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김연철, 함규진, 최용범, 최성진 지음/페이퍼로드·1만4800원.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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