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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왜 인간은…?” 마음밭 파헤친 열가지 실험

등록 2005-07-07 17:25수정 2005-07-13 02:04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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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첫째 상황. “한 실험에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를 주었다. 그 결과는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둘째 상황. “(대학생들에게 격리된 방 안에 홀로 앉아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게 했다. 갑자기 연기꾼 피실험자 한 명이 옆 방에서 간질 발작을 일으켜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피실험자들은 자신 말고도 도와줄 학생이 네 명 더 있다고 믿었을 때는 희생자를 위해 도움을 청하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에…단 둘이 있다고 믿었을 때는 피실험자의 85퍼센트가…도움을 청했고, 그것도 발작이 일어난 지 3분 안에 조처를 취했다.” 왜 달랐을까.

실험을 꾸민 심리학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첫째 상황은 ‘내가 고작 1달러에 거짓말을 한 건 아니야’라고 믿으려는 인간은 믿음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행동(거짓말)에 맞춰 믿음을 조정(합리화)하려 한다는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을 입증한다. 둘째 상황은 사건을 함께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오히려 적어진다는 달리와 라타네의 ‘책임감 분산’ ‘방관자 효과’ 가설을 보여준다. 한밤 중에 깬 주민 38명이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집 창문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길 한복판에서 30여분 동안 버젓이 벌어진 1964년 뉴욕 살인사건은 극단적 사례다. 인간의 심리가 이처럼 어리석고 불합리할 수 있다니!

상식과 이성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심리 본성의 고정관념을 깨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20세기의 가장 대담하고 획기적인 심리실험 열 가지를 골라 그 실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서재 펴냄)에 등장한 두 장면이다.

‘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더 빨리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버튼을 누르는 걸까’같은 일상의 호기심을 품어온 지은이 로렌 슬레이터(40·미국 심리학자·작가)는 훌륭한 심리실험이 이렇게 복잡한 인생의 한 부분을 증폭해 보여주는 ‘렌즈’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인간행동 과학적으로 통제 가능하다?


이 책은 저명한 열 명의 실험심리학자를 등장시켜 1930년대 이래 인간의 인지는 물론 감정·욕망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아온 ‘실험적 심리학’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이 책의 인물은 열 명의 심리학자를 대표해 책 제목에도 오른 미국의 신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다. 그는 동물의 심리와 행동을 ‘심리상자’라는 통제된 실험조건에 빠뜨려 관찰·기록하는 일에 본격 나선 실험과학자였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의 행동은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통제할 수 있으며 모든 인간행동도 과학적으로 통제하면 이상적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카지노 도박심리에서 나타나듯이, 그 보상이 어쩌다 한번씩 주어질 때 행동 통제 효과는 더욱 크다는 사실을 그가 처음 밝혔다.

기억을 이식할 수 있을까?
정말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는가?
상식 · 이성으로 다 이해 안되는
인간의 인지 · 감정 · 욕망 대상
20세기 위대한 실험 이야기로 풀어

그는 이런 원리를 적용해 실제로 고양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개에게 숨바꼭질 놀이를 가르쳤으며, 돼지에게 청소기를 밀게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철저히 부정한 당시 ‘문제 인물’이었다.

스키너는 1990년 숨졌지만 지금도 그를 따라다니는 악성 괴소문이 퍼져 있다. 지은이는 스키너가 자기 딸마저 심리상자에 넣어 실험대상으로 삼았으며 결국 그 딸은 훗날 자살했다는 괴소문의 진상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작정했는지, 스키너의 옛 동료과학자와 관계자들을 찾아나서고 결국엔 스키너의 다른 딸을 만나 괴소문의 허구를 독자에 전한다. 이 책이 나온 직후 소문의 주인공인 스키너의 딸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2004년 3월12일치)에 “나의 아버지는 결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글을 기고하면서 처음 실체를 드러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함없는 ‘본성’은 없다

마음이란 미개척지를 탐험하려는 기이한 심리실험은 계속된다.

가짜 전기충격기를 동원해 연기꾼 피실험자한테 치명적 전기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피실험자한테 내리는 실험을 통해 사람이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는 이유를 연구했던 밀그램, 직접 가짜 정신병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 진단의 불합리함을 드러낸 로젠한, ‘행복한 생쥐공원’ 실험공간을 만들어 약물 중독이 화학성분 중독성보다는 환경의 영향에 기인한다고 주장한 알렉산더, 해삼의 학습 실험을 통해 기억의 저장과 소멸을 연구한 칸델, 가짜 기억 실험을 통해 인간의 기억은 오염되기도 하며 심지어 가짜 기억을 그럴듯하게 창작하기도 한다고 밝힌 로프터스 등. 이들 열 명의 “위대한 심리실험” 연출자들은, 늘 변함없는 어떤 본성을 지닌 것으로 여기는 인간의 마음이 실제로는 좀더 유연하고 다양하게 해석해야 제대로 이해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 책은 딱딱하고 난해한 학술 연구성과를 마치 플롯을 갖춘 심리추리 단편소설처럼 재구성해, 이야기체 저술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스키너의 심리상자와 관련한 괴소문의 진상을 직접 추적하고, 여러 학자들을 인터뷰해 다양한 반론과 해석들을 담으며, 마약 중독이 화학물질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환경 영향이라는 가설을 체험하겠다며 마약 복용을 시도하는 등 글쓴이의 애쓴 흔적들이 눈길을 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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