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20년 전, <한겨레>에서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소개하는 ‘이곳만은 지키자’란 시리즈를 소개할 때였다. 오지에서 숨은 듯 피어난 야생화들의 사진 덕분에 지면이 유난히 화려했는데, ‘웬 음풍농월이냐’며 비판하는 뜻밖의 반응도 있었다. 최루탄 냄새가 사라지지 않던 민주화 투쟁기여서 한송이 풀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조차 사치스러웠던 까닭이다.
오늘 또 하나의 야생화 책이 도착했다. 역시 화려하다. 하지만 한장 한장 등장하는 모습이, 그 이름들이 더이상 낮설지 않다. 야생화 찍기 동호회 바람이 불고, ‘야생화’ 달력이 옛 이발소 그림처럼 친숙해진 요즘이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흔치 않은 책이다. 40년 넘게 꽃 사진의 불모지를 개척해온 칠순의 장인, 송기엽씨가 찍은 사진이어서만이 아니다.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로 마니아 독자들이 있는 식물학자 이유미 박사가 썼기 때문만도 아니다. 두 사람이 풀꽃 세상에서 맺은 20년 인연과 추억이 빚어낸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1990년 대학 1학년 때 야생화와 첫사랑에 빠진 이 박사는, 한 신문사가 기획한 ‘한국의 야생화 대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송 작가와 함께 1년간 우리 땅 곳곳을 누볐다. 새내기 식물학도의 열정과 노련한 사진작가의 감각을 주고받으며 시작된 인연이 결실을 이룬 ‘야생화 사랑기’인 셈이다. ‘3월이라 노루귀~, 4월이라 설앵초~, 5월이라 금낭화~.’ 이제 일년 열두달 대표꽃을 따라, 한송이 꽃에서 위로와 기쁨과 지혜를 찾는 마음의 여행을 떠나봄 직하다. /진선북스·1만3800원.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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