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씨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씨
한달간 유럽8개국 북투어 마쳐
한달간 유럽8개국 북투어 마쳐
“‘엄마는 문명의 발달 이후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우리의 근본적 정서를 말하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의 엄마 이야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동서양 모두 이젠 상실한 것들을 더듬어보고픈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사진)씨가 지난 5월17일부터 한달가량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8개 나라에서 ‘북 투어’를 끝내고 돌아왔다. 2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방문한 신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이야기가 미국·유럽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는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번역·출간된 신씨의 소설인 <엄마를 부탁해>는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올 상반기 최고의 책 톱 10’으로 선정됐고,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는 신씨가 직접 출연해 1주일간 낭독회를 하기도 했다.
‘엄마’의 이미지가 과거의 무한정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존재에서 달라지고 있는데 20~30년 뒤에도 <엄마를 부탁해>의 메시지가 유효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이 책은 시류가 아닌, 우리 밑바탕의 정서와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며 “지금의 아이가 엄마가 될 때 그 딸도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국외진출 성공에 대해 그는 “좋은 번역과 훌륭한 출판자를 만나는 게 필수적”이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동안 축적된 한국 문학의 국외진출 작업 등이 이제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미국·영국·스페인·폴란드·중국 등에서 번역중이며, 미국에서 내년 말께 출간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 있었으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며 “지금은 날것으로 쌓여 있지만, 언젠가 작품으로 풀어쓸 날이 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에 나가 있으면서) 내 영혼까지 자유롭게 해주는 언어는 유독 나에게는 한국어뿐이라는 생각을 절감했다”며 “어서 빨리 돌아가 서울의 내 서재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새달 24일 귀국한다.
워싱턴/글·사진 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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