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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아내향한 억제불가한 감동이 시가 되어”

등록 2011-07-06 19:32

고은 시인
고은 시인
연시 ‘상화 시편:행성의 사랑’ 펴낸 고은 시인
40여년 인연 시118편으로 노래
첫 사랑시집 등 신작 두권 내놔
훼손된 강산에 분노 등도 담겨
“한 인간이 한 인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받는 감동을 억제할 수 없어서 사랑시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시대를 가로막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를 활짝 여는 것이기도 하지요. 세계와 자아의 모순적인 응답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고은(사진) 시인이 부인 이상화 교수(중앙대 영어과)를 향한 애정을 노래한 연시집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창비)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시집과 소설, 산문집 등을 포함해 모두 160권 넘는 책을 펴낸 시인의 첫번째 연시집이다. <허공> 이후 3년 만의 신작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창비)도 함께 펴낸 시인은 6일 낮 기자들과 만나 두 시집을 펴내는 소회 등을 밝혔다.

“제가 아내에게서 받은 감동이라고 말할 때, 그 감동은 드라마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1983년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같이 사는 그 짧지 않은 일상의 사소한, 티끌 같은 시간들의 집적 자체가 감동이었지요.”

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첫 만남과 이어진 결혼을 가리켜 “이상화가 나를 결정해 버렸다”고 말한 시인은 “아내가 없었으면 아마 나는 죽었을 것”이라는 말로 ‘내조’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시인 자신이 몇 해 전 부인의 생일에 선물로 그려 주었다는 화사한 반추상 꽃그림을 표지로 삼은 시집에는 연애 시절을 포함해 40년 가까운 부부의 지난 세월을 일기처럼 노래한 시 118편이 묶였다. 시집 맨 앞에는 결혼 기념일인 지난 5월5일 부인이 선물로 써주었다는 시도 실려 있다. ‘우리의 사랑은 무한팽창하고 있어요/ 무한이라고요/ 지금의 우주폭발 이전에도 그랬다고요// 그러니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불쑥 묻지 말아요’(‘어느 별에서 왔을까’ 마지막 두 연)

시인 자신의 ‘서시’와 이어지는 다른 시들은 부인의 시에 대한 화답처럼 읽힌다.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해가 뜬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서시’ 전문)

연시집을 낸 김에 젊은 부부들에게 주는 도움말을 청하자 시인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사랑하기보다는 아내와 지아비를 존경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허공> 이후 쓴 시 114편을 묶은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에는 모두가 중심을 꿈꾸며 짝퉁과 이벤트 천지로 바뀌고 있는 세태에 대한 비판,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강산의 훼손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분노 등이 담겼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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