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소설가 장정일이 <독서일기> 첫 권을 낸 것이 1994년이었다. 그가 새로 낸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는 ‘독서일기’ 제9탄인 셈이다. 머리말에서 고백한바 지난 몇 년 새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극히 개인적 쾌락’에서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현실에 눈감고 책 속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현실과 만나는 독서다. 인권, 사회주의, 근대, 보편주의, 소설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뉜 이번 책의 편제만 보아도 그의 관심사를 짐작할 만하다.
아름다운 말로 상찬하는 서평도 좋지만, 가차 없이 비판하는 서평을 읽는 재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서평이 출판사의 홍보문과 구별되는 지점도 그곳일 테다. <정치의 발견>(박상훈)을 두고 “‘운동이냐 정당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확장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며 “시민운동이나 대중의 정치적 욕구 분출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적 의회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정당주의’”라 비판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황석영 소설 <심청>에 대한 해설을 가리켜 “우리나라 문학 비평이 얼마나 ‘망쪼’ 났는지를 절단해서 보여주는, 스캔들로서의 사건”이라 야유할 때, <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가 지닌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이 책을 땅바닥에 패대기치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기 때문”이라 개탄할 때 독자는 모종의 대리만족적 쾌감조차 느끼게 된다. <한겨레> <프레시안> <시사인> <녹색평론>, 웹진 ‘나비’ 등에 실었던 서평과 개인적 기록이 묶였다. /마티·1만5000원.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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