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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온난화로 지구 표면온도 2.8도 상승땐 ‘노아의 방주’도 소용없다

등록 2011-09-23 18:52

20년안 CO2등 배출 80% 안줄이면
사막 만드는 ‘헤들리 셀’ 곡창 침범
중국 등 타격 기근·전쟁 소용돌이
“선진-개도국 빅딜로 문제 해결을”
유럽연합의 남북 분열, 중-러 국경분쟁, 파키스탄-인도 핵전쟁, 중동국가의 소멸, 중국 내전….

1990년보다 평균 섭씨 2.8도가 올랐을 것으로 가정한 2045년 지구의 정세는 난장판이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벌이는 대량 이주사태와 식량 약탈전쟁 때문이다. 전쟁으로 치달았을 때는 정부나 국제기관의 구호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으로 국민 상당수가 굶어 죽은 이후가 될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국제 지정학자인 귄 다이어(68·사진)가 그의 새 책 <기후대전>에서 예측하는 미래의 지구는 끔찍하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재앙 같은 시나리오의 배경은 단지 ‘지구 표면온도 2.8도 상승’이다.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 싶어 시큰둥할지 모르나 책갈피를 넘기다 보면 에스에프소설처럼 빠져들고 급기야는 몸서리가 쳐진다.

“4년 전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군사전문가들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일반인들한테는 알리지 않은 채 막후에서 그들끼리 쉬쉬하더라. 주요 기상과학자들한테 물어보니 정부나 군대로부터 자문을 받지 않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출간에 맞춰 최근 한국에 온 귄 다이어는 책을 준비하는 18개월 동안 여러 나라 과학자, 군사전문가 120여명을 공식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놓은 정보를 종합해 그가 내놓은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변화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80%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중반께 지구 평균온도는 2~3도 올라간다. 지구 표면온도는 체온과 흡사해 그 정도 상승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대기순환 유형, 폭풍 진로가 바뀌고 홍수,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적도 부근에서 폭우를 뿌리고 나서 생성된 저온건조한 공기가 2500~3500㎞ 떨어진 북위, 남위 25도 부근에서 지표로 하강하면서 고온건조해져 거대한 사막을 생성하는 ‘헤들리 셀’이 확장된다. 이로 인해 이 지역 세계적 곡창지대를 침범한다는 것이다.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 지중해 양옆, 중동 전체, 파키스탄, 인도 곡창지대, 중국 북부평원, 미시시피 강 서쪽 고원지대,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가 해당한다. 러시아, 영국, 스칸디나비아, 캐나다만 식량 여유가 있을 뿐 대부분의 나라가 기근, 이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가장 큰 난제는 중국이다. 북부평원은 강우량이 줄고 지하수가 고갈돼 가고 있고, 티베트 수원인 남부평원은 만년설이 20, 30년 내 녹아내리면서 사막화하고, 동부는 태풍이 강타하면서 더이상 농경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상하이 일대는 해수가 상승하면서 대부분이 침수될 것이다. 월드뱅크의 비공개 조사 결과 식량생산이 38%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 정도면 어느 정권도 유지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면 경제성장을 멈추게 되어 당장 정권이 위험해져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후대전. 귄 다이어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1만5000원
기후대전. 귄 다이어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1만5000원
그런데 이것도 세계 여러나라가 힘을 합쳐 2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80% 줄여 2도 상승한 상태에서 평형상태에 이른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임계온도를 초과해 통제불능 상황에 이르는 것.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 700억t이 풀려나면 지구 온도는 금세 6~7도가 치솟게 된다. 그다음은 남북극 빙하의 해빙에 따라 해수면이 6~7m 상승하고, 현대문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개인 차원에서 백열등을 바꾸거나 차를 덜 몰거나 식습관을 바꾸는 시민운동은 자기만족적일 뿐 기후변화를 상쇄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빅딜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40~80% 줄이고, 개도국은 지금 상태에서 동결하는 것이다. 개도국의 경제손실은 선진국에서 보상해야 한다. 선진국이 200여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집중적으로 배출하며 따먹은 과실을 토해내야 한다. 일단 인류의 일원이 된 이상 앞선 이들이 행한 죄과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때를 놓치고 뒷북을 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어판에서 ‘한국 2056’ 시나리오를 덧붙였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기온이 덜 오르고 괜찮은 농토가 많아 심각한 식량난은 없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남극이 해빙되면 결국 끝이다. 노아의 방주라도 띄워야 할까? 그는 적도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며 그린란드와 뉴질랜드, 특히 뉴질랜드를 추천한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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