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겸 소설가 김신용(66)와 일본 작가 니시무라 겐타(44)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 가던 청년 시절 이야기를 그린 소설 <고역열차>로 올해 제144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니시무라 겐타(44·사진 오른쪽)가 이 작품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4일 방한했다. 니시무라 못지않게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청년기를 꾸준히 작품화해 온 시인 겸 소설가 김신용(66·왼쪽)씨가 4일 오후 서교호텔 레스토랑에서 니시무라와 대담을 나눴다. 김씨는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같은 시집과 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 2> <기계 앵무새>를 내놓은 바 있다.
김신용(이하 김) <고역열차>를 읽으면서 일본에도 이런 마이너리티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그린 소설이 있다는 게 무척 새삼스러웠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
니시무라 겐타(이하 니시무라) 소설에 특별한 뜻을 담은 것은 아니다. 원래 소설, 그중에서도 사소설 읽기를 좋아했다. 읽다 보니 쓰게 되었달까. 소설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식의 생각은 없었다.
“경험 바탕한 창작 원칙 같아
남들이 외면하는 세계 그려
잔잔한 세상에 돌 던지고파” 김 그런 소박한 작가 정신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작가가 욕심을 부리면 문장에 힘이 들어가 작품을 망칠 수 있다. 자전적인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니시무라 선생의 작법이 내 창작 태도와 비슷해서 반가웠다. 나 역시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니시무라 이번 대담을 위해 <개 같은 날 2> <환상통> <구름 속의 산책> 같은 김 선생님의 시 몇 편을 일어로 번역해서 읽어 보았는데, 매우 감동적이었고 과연 경험이 없이는 쓸 수 없는 작품이겠다 싶었다. 김 내 작품들은 부랑생활을 하며 직접 겪은 일들, 가슴속에 멍에처럼 남아 있던 것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남대문 인력시장에 갔다가 무허가 주택 철거에 동원되었을 때 그 집에 살던 이들의 절규를 모른 체하며 망치를 휘두르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일당 벌이도 걸리지 않아 배를 곯게 되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갔다. 그 감옥에서 장 주네의 <도둑일기>를 읽으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다. 니시무라 선생은 어떻게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나?
니시무라 나 역시, 철거는 아니지만, 김 선생님과 비슷한 일용직 노동의 경험이 있고 전과도 있다. 그러나 그 감옥 체험이 소설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나는 1920년대 사소설 작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의 꿈을 키우게 됐다. 김 <고역열차>의 주인공은 간헐적인 노동으로 끼니를 해결할 뿐 뚜렷한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다. 이 소설이 아쿠타가와상을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은 한 청년을 그런 허무주의에 빠지게 하는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니시무라 일본 사회나 정치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이런 작품을 쓴 건 아니다. 순전히 내 경험에서 우러난 작품이다. 김 80년대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는데, 미학적으로 아주 잘 짜인 작품들이라는 느낌이었다. 니시무라 선생의 소설은 그와 반대로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데, 앞으로도 지금 같은 세계를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인가? 니시무라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계기로 작품 세계가 바뀌는 작가도 있던데, 나는 우물을 넓히기보다는 깊게 만들고 싶다. 김 내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남들이 모르는 세계,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역설적인 세계, 또는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세계를 내가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잔잔한 세상에 돌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 니시무라 선생은 어떤지?
“수상 뒤에도 같은 세계 천착
범죄자 부친 이야기도 구상
김 선생님 작품 친근한 냄새” 니시무라 안타깝게도 나한테는 그런 훌륭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웃음) 김 한국어판 <고역열차>에는 표제작인 중편과 단편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가 같이 묶여 있다. <고역열차>의 주인공이 열아홉 살 일용 노동자 간타이고 <나락…>의 주인공이 마흔두 살짜리 소설가 간타이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두 작품을 하나의 장편이라 생각하고 읽었다.(웃음) 말이 나온 김에 장편을 쓴다면 어떤 걸 쓸 생각인가? 니시무라 장편은 성범죄자였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아픈 기억이 많지만, 정면으로 맞서 보고 싶다. 열아홉 살에서 마흔두 살이 되기 전의 간타의 이야기도 쓰려 한다. 김 나 역시 <새를 아세요>라는 제목의 장편을 거의 완성했다. 남산공원을 떠도는 창녀의 이야기로, 서울역 앞 빈민굴에 살 때 만났던 인물이다. <고역열차>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익숙한 세계라서 니시무라 선생을 만나니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다. 니시무라 저 역시 김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어쩐지 무서우면서도 내가 맡았던 것과 같은 냄새가 맡아져서 친근한 느낌이었다. 김 선생님의 시나 소설이 일본어로 번역된다면 꼭 읽어 보고 싶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시인 겸 소설가 김신용(66)
남들이 외면하는 세계 그려
잔잔한 세상에 돌 던지고파” 김 그런 소박한 작가 정신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작가가 욕심을 부리면 문장에 힘이 들어가 작품을 망칠 수 있다. 자전적인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니시무라 선생의 작법이 내 창작 태도와 비슷해서 반가웠다. 나 역시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니시무라 이번 대담을 위해 <개 같은 날 2> <환상통> <구름 속의 산책> 같은 김 선생님의 시 몇 편을 일어로 번역해서 읽어 보았는데, 매우 감동적이었고 과연 경험이 없이는 쓸 수 없는 작품이겠다 싶었다. 김 내 작품들은 부랑생활을 하며 직접 겪은 일들, 가슴속에 멍에처럼 남아 있던 것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남대문 인력시장에 갔다가 무허가 주택 철거에 동원되었을 때 그 집에 살던 이들의 절규를 모른 체하며 망치를 휘두르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일당 벌이도 걸리지 않아 배를 곯게 되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갔다. 그 감옥에서 장 주네의 <도둑일기>를 읽으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다. 니시무라 선생은 어떻게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나?
니시무라 나 역시, 철거는 아니지만, 김 선생님과 비슷한 일용직 노동의 경험이 있고 전과도 있다. 그러나 그 감옥 체험이 소설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나는 1920년대 사소설 작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의 꿈을 키우게 됐다. 김 <고역열차>의 주인공은 간헐적인 노동으로 끼니를 해결할 뿐 뚜렷한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다. 이 소설이 아쿠타가와상을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은 한 청년을 그런 허무주의에 빠지게 하는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니시무라 일본 사회나 정치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이런 작품을 쓴 건 아니다. 순전히 내 경험에서 우러난 작품이다. 김 80년대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는데, 미학적으로 아주 잘 짜인 작품들이라는 느낌이었다. 니시무라 선생의 소설은 그와 반대로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데, 앞으로도 지금 같은 세계를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인가? 니시무라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계기로 작품 세계가 바뀌는 작가도 있던데, 나는 우물을 넓히기보다는 깊게 만들고 싶다. 김 내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남들이 모르는 세계,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역설적인 세계, 또는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세계를 내가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잔잔한 세상에 돌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 니시무라 선생은 어떤지?
일본 작가 니시무라 겐타(44)
범죄자 부친 이야기도 구상
김 선생님 작품 친근한 냄새” 니시무라 안타깝게도 나한테는 그런 훌륭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웃음) 김 한국어판 <고역열차>에는 표제작인 중편과 단편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가 같이 묶여 있다. <고역열차>의 주인공이 열아홉 살 일용 노동자 간타이고 <나락…>의 주인공이 마흔두 살짜리 소설가 간타이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두 작품을 하나의 장편이라 생각하고 읽었다.(웃음) 말이 나온 김에 장편을 쓴다면 어떤 걸 쓸 생각인가? 니시무라 장편은 성범죄자였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아픈 기억이 많지만, 정면으로 맞서 보고 싶다. 열아홉 살에서 마흔두 살이 되기 전의 간타의 이야기도 쓰려 한다. 김 나 역시 <새를 아세요>라는 제목의 장편을 거의 완성했다. 남산공원을 떠도는 창녀의 이야기로, 서울역 앞 빈민굴에 살 때 만났던 인물이다. <고역열차>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익숙한 세계라서 니시무라 선생을 만나니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다. 니시무라 저 역시 김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어쩐지 무서우면서도 내가 맡았던 것과 같은 냄새가 맡아져서 친근한 느낌이었다. 김 선생님의 시나 소설이 일본어로 번역된다면 꼭 읽어 보고 싶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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