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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승만 추앙’으로 생기는 정치적 이익은

등록 2011-10-07 21:09

친일파는 살아 있다

<한국방송>은 6월24~25일 백선엽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시민단체들이 우려한 대로 백씨의 친일행적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그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백씨는 1942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3년 동안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이 부대는 간도 지역에서 활동하던 항일 세력들을 토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해방 뒤에는 국군 중위로 변신해 한국전쟁 때 최일선 부대를 지휘해 1953년 전쟁이 끝날 무렵엔 별 네개를 달았다. 육군참모총장, 연합참모부 의장(현재 합참의장)을 끝으로 예편한 그는 같은 만주군 소위 출신의 박정희 정권에서 대사와 교통부 장관, 국영기업체 사장을 지냈다.

오랫동안 친일파를 연구해온 언론인 정운현씨의 새 책 <친일파는 살아 있다>는 왜 공영방송이 앞장서 친일파 백선엽을 미화하고, 왜 조중동이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지를 짚으면서 친일파가 미디어는 물론 사회 곳곳에 똬리 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초의 친일파였던 구한말 김인승부터 을사오적들, 해방 이후 친일전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지도층이 된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료와 정치인들, 독립유공자로 변신한 친일파들,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왜 친일파 선정 대상에서 빠졌는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세력은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들었던 반민특위를 어떻게 와해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역사를 비틀어 국민들을 속여왔으며, 그들의 행적을 숨기는 동조자들이 이들을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책보세·1만9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블랙홀 논쟁’서 진 스티븐 호킹

블랙홀 전쟁

‘내 블랙홀 이론이 틀렸다.’ 2004년 7월21일, 블랙홀 이론을 개척한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한 국제학회에서 30년 가까이 이어진 ‘블랙홀 논쟁’에서 자신이 패했음을 인정하며 사실상 항복을 공개 선언했다. 다음날치 세계 언론들은 스타 과학자의 과거 논쟁과 극적인 항복을 떠들썩한 주요 기사로 전했다. 호킹이 누구였던가? 차가운 검은 천체로만 알려진 블랙홀이 사실 ‘온도를 지니며 에너지를 방출(복사)해 결국 증발한다’는 혁신적 이론을 세워 블랙홀 과학을 다시 쓴 이였으니, 그가 블랙홀 논쟁에서 졌다는 건 놀라운 뉴스였다.


대체 1976년 이래 블랙홀 논쟁 역사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블랙홀 전쟁>은 호킹의 반대쪽에 섰던 미국 물리학자이자 끈이론의 대가인 레너스 서스킨드(71)가 논쟁의 시작과 우여곡절, 그리고 종결을 정리한 책이다. 논쟁을 촉발한 건 ‘블랙홀 정보 소실’ 이론이었다. 호킹은 ‘블랙홀에 빠진 모든 정보는 블랙홀 증발 때 함께 사라진다’는 주장을 제시했는데, 이는 에너지 보존 원리를 위배해 현대 물리학의 많은 부분을 위협할 만한 것이었다. 호킹은 주로 중력이론(일반상대성이론)의 관점에서 주장을 펼쳤고 서스킨드와 다른 물리학자들은 주로 양자이론의 관점에서 반격했다.

책은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사고실험과 이론, 에피소드를 펼치면서 작은 논쟁이 어떻게 물리학의 기존 개념을 흔들어 블랙홀 상보성, 홀로그래피 원리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준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에 관한 논쟁은 오히려 새 이론과 생각을 뱉어내는 과정이었다.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이종필 옮김/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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