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려간다
박성원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8000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개성적인 소설세계를 선보여 온 작가 박성원(36)씨가 세 번째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를 묶어 냈다.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연작의 제2편과 5편인 <긴급피난>과 <인타라망>을 비롯해 9개의 단편이 묶였다. 표제작 격인 두 편을 비롯해 수록된 여러 작품에서 주인공은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문득 깨어나 낯설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긴급피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구조된 주인공이 어느 순간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그 누명을 벗고자 실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설정은 대표적이다. <인타라망>에서는 그가 살인에 이어 방화를 저지른 뒤 정신을 놓았다가는 자신이 살해한 이의 가족에게 구조되고, 이번에는 거꾸로 그에게 자신이 살해당할 위기에 놓인다. 이들 말고도 어느 날 문득 실종당한 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 친구의 노릇을 대신하는 <실종>의 주인공, 악몽을 꾸는 환자들의 고통을 해소시켜 준답시고 행복한 꿈을 꾸도록 치사량의 수면제를 투약하는 <꿈 조정사>의 의사, 무례하고 폭력적인 건물 관리인을 톱으로 살해하는 상상을 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주인공 등에게 현실과 환상은 분간할 수 없게 뒤섞인 채 하나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들 모두를 대신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의 주인공은 이렇게 자문한다: “내가 믿었던 사실은 왜 거짓이 되었고, 내가 거짓으로 말한 것은 어떻게 진짜였을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219쪽) 글쎄,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