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손엔 땀 입가엔 웃음 ‘이상한 스릴러’

등록 2011-11-25 20:22

잠깐독서
웃음

사람이 죽었다. 의문사다. 기자 둘이 달려든다. 죽음을 둘러싼 음험한 비밀에 다가갈수록 더 큰 음모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심장 떨리는 긴장감 가득해야 할 범죄 스릴러임에도 그렇지만은 않다. 죽은 사람은 ‘국민 개그맨’, 죽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게 유일한 단서, 음모를 꾸민 주역은 ‘유머 비밀결사’다. <웃음>을 읽노라면 손에 땀을 쥐지만 입에선 키득키득 웃음이 배어나오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의문사는 웃음을 배경으로 이뤄졌고, 개그맨의 의문사로 웃음 역시 죽었다. 죽음의 웃음, 웃음의 죽음이다. 재기 넘치는 즐거운 농담 가득한 이 소설은 자못 철학적 이야기로도 읽히는 것이다.

죽음에 웃음을 안성맞춤으로 버무려 낸 재기발랄한 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가 낳고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다. 이 너스레꾼이 이번에 내놓은 ‘구라’는 두 권 전체를 통틀어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스릴러를 따라가다 보면 길목마다 100여편의 유머가 웃음을 참으며 기다리고 있다. 수시로 인용되는 음모의 바이블 ‘유머 역사 대전’에는 아리스토파네스, 에라스뮈스, 라블레, 몰리에르부터 찰리 채플린과 그루초 막스까지 실제의 희극작가와 코미디언들이 등장한다. 이 웃긴 사람들이 유머의 역사를 기록한 ‘유머 기사단’이란다.

웃음의 죽음 이야기 속엔 치밀한 계산이 들어 있는 듯. 소재는 독자 설문 조사로 결정했고 곳곳에 나오는 유머들은 독자 공모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제 스타작가는 ‘팬심’을 이야기 생산에 활용하는 마케팅 실력도 겸비해야 할 듯.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전 2권 각 1만1800원.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