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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민지갑 턴 MB정부 고환율 정책을 기소하라!

등록 2012-03-09 21:10

<고환율의 음모> 송기균 지음/21세기북스ㆍ1만4000원
<고환율의 음모> 송기균 지음/21세기북스ㆍ1만4000원
[토요판]
<고환율의 음모>
동네 어귀에 트럭을 대놓고 장작구이 통닭을 파는 아저씨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손님을 기다리며 서성댄다. 다른 장사를 하다 가게세 내기도 벅차 통닭 행상에 나섰다 한다. “장사가 참 안돼요. 돈 만원 쓰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성장률이 오이시디(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 자랑하고, 주가지수도 2000을 넘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에서는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늘어날까? ‘서민지갑을 강탈한 검은손의 실체’란 부제를 단 <고환율의 음모>는 엠비(MB)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어떻게 국민의 지갑에서 엄청난 돈을 빼내 수출 대기업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현 정부가 출범하는 날의 환율은 1달러에 947원이었다. 그런데 이듬해의 평균환율은 1276원으로 1년여 만에 35%나 올랐다. 이런 급등은 금융위기 탓도 있지만,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면서 경제사정이 우리보다 못한 말레이시아, 타이, 인도네시아는 우리와 달리 환율이 같은 기간에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30일 열린 세계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은 기업인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고환율’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환율 정책 덕분에 수출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지만 그 이익이 국가 전체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입 물품의 가격이 올라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1월30일 열린 세계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은 기업인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고환율’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환율 정책 덕분에 수출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지만 그 이익이 국가 전체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입 물품의 가격이 올라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누군가가 이걸로 이득을 보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2009년 9조8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업들이 거의 모두 적자를 내는 때라서 놀라움이 컸다. 2010년 순이익도 크게 늘어 16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이익은 환율효과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환율이 35%가 오르면 삼성전자가 수출해서 받은 1억달러를 바꿔 원화로 들어온 돈이 35% 늘어난다. 원부자재 수입액 증가분 등을 제외하면 이는 모두 순이익 증가로 연결된다.

이 사실은 “나는 환율 주권론자”라며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로도 확인된다. 그는 2009년 10월 전경련 초청강연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3분기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하지만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사상 최대의 적자가 됐을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삼성 등 수출기업 최대 이익
국민 돈 대기업 금고로 이전
‘고환율=애국’은 재앙의 논리

수출기업들의 늘어난 이익이 해외에서 온 것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비극이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른다. 정유회사가 원유를 사올 때 같은 분량에 대해 35%의 원화를 더 줘야 하고, 이는 주유소 기름값에 그대로 전가된다. 운전자들은 35%씩 비싼 기름을 넣고 차를 몰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민 주머니에서 추가로 지출된 금액이 현 정권 첫 3년간 174조원(4인가족 한 가족당 1450만원)이라고 이 책은 계산해 보인다. 이 돈이 환율이란 복잡한 기제를 거쳐 수출 대기업 금고로 넘어간 것이다.

수출 대기업뿐 아니다. 고환율이란 패가 훤히 보이는 판에서 단기차익을 노리고 국내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도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알뜰이 챙겨나갔다.

이 모든 게 음모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 정부 경제실세들이 무지하거나 오만했다고는 할 수 있다. 그들은 수출이 잘되면 대기업이 늘어난 이익을 재투자해 고용이 늘고 국민들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가 시들시들 하는데 대기업이 투자를 활발히 할 턱이 없다. 돈은 은행계좌로 쌓이고 수출 대기업의 대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은 쏠쏠한 배당을 챙겨간다.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 및 대기업에 대한 노골적 지원책이었다면, ‘고환율 정책’은 눈에 안 띄는 ‘역진적 재분배 정책’이었던 것이다. 외환 딜러 출신 경제전문가인 지은이는 환율이 조금만 떨어지면 “경제에 빨간불”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나, ‘고환율=경제성장=애국’이란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대는 일부 경제학자도 이런 ‘정책적 재앙’의 공범이라 지목한다. 이 책은 국민들이 팍팍한 살림살이에 희망마저 잃어가는 것이 엠비 정부의 오도된 인식과 정책 실패 때문이었음을 단죄하는 준엄한 ‘기소장’으로 읽힌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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