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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쌍용차는 또 다른 도가니…23번째 희생 막아야”

등록 2012-05-06 21:02수정 2012-05-07 15:20

소설가 공지영(가운데)과 시인 송경동(오른쪽),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가 쌍용차 보고서를 함께 쓰기로 하고 지난 1일 저녁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정택용 제공
소설가 공지영(가운데)과 시인 송경동(오른쪽),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가 쌍용차 보고서를 함께 쓰기로 하고 지난 1일 저녁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정택용 제공
이달 보고서 펴내는 공지영씨
“적의 실체가 불분명해지자
적의를 자신에게 돌려 자살”
송경동·이창근씨와 협동작업
집필·제작 모두가 자원봉사
작가 공지영이 지난달 30일 스물두번째 희생자를 낳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연쇄자살 사태를 보고서로 쓴다. 공지영은 시인 송경동, 그리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출신인 이창근씨와 함께 제19대 정기국회가 개원하는 이달 30일 이전에 보고서를 마무리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지난 1일 노동절 집회 현장인 서울광장에서 만난 공지영은 “2009년 6월에 낸 <도가니> 이후 근 3년 만에 다음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국내외 취재를 다 마친 상태였지만, 쌍용차 사태야말로 또 다른 ‘도가니’라는 생각에서 일단 뒤로 미루었다”며 “어떡해서든 스물세번째 희생자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대체 그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가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쌍용차 사태의 직간접 당사자 세 사람의 협동작업으로 준비된다. 그 자신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이창근 기획팀장은 쌍용차 노동자의 시선으로 죽은 이들의 신상과 주변 환경, 내부 일지 등을 제공한다. 송경동 시인은 쌍용차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와 노동계 전체의 맥락 안에서 사태가 지니는 의미와 윤곽을 정리하며, 이렇게 작성된 일차 자료를 공지영이 작가적 감수성을 곁들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서술할 예정이다.

공지영은 지난달 16일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인 선언’에 참여하면서 쌍용차 사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그는 2010년 4월과 지난해 2월에 걸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부부가 차례로 숨을 거둔 뒤 남은 남매를 돕기 위해 성금 500만원을 보낸 적도 있다. 그는 서울 대한문 앞에 차려진 쌍용차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농성에 동참하는 한편 상주와 농성자들에게 밥을 먹이고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등 제 일처럼 매달리고 있다.

“제가 보기에 쌍용차 사태는 매우 모던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요. 적의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죠. 한진중공업 사태만 하더라도 조남호 회장이라는 상대가 명백해요. 그런데 쌍용차 사태는 자본의 복잡한 국제적 흐름, 그리고 노동자들 내부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 벌어진 상황이라서 적이 누군지가 불분명해진 거예요. 희생자들은 처음엔 구사대를 적으로 간주했다가 투쟁 전선에서 이탈하거나 경찰에 밀고한 동료 노동자들로 적의가 옮겨 가고, 마지막엔 그 적의를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 결과 자살을 택하게 되는 거예요.”

공지영은 “이른바 위장취업자로 공장 노동을 체험했던 1987년 이후 현장 노동자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한 것은 처음”이라며 “내 글쓰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가장 쉽고 이해하기 쉽게 쌍용차 사태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근 팀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공지영 작가의 참여는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것만큼 설레면서도 든든한 느낌을 준다”며 “그동안 정혜신과 김제동 같은 사회적 명망가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공지영 작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신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쌍용차 보고서는 집필에서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원봉사로 충당하기로 했다. 공지영을 비롯한 필자들이 원고료나 인세를 받지 않음은 물론, 편집과 디자인, 인쇄, 제본, 그리고 전자책 제작까지를 모두 트위터를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이 맡기로 했다. 삽화 역시 만화가 최규석이 무료로 그려 주기로 했다고 공지영은 전했다.

송경동 시인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이후에도 쌍용차 사태와 구럼비 파괴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서 도망쳐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절망하더라도 역사에서는 낙관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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