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마음산책·1만4000원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남자는 마흔다섯살, 여자는 스물한살이었다. 남자는 로스앤젤레스 주재 프랑스 총영사였고 공쿠르상 수상작인 <하늘의 뿌리>를 비롯한 소설들로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명성을 쌓은 작가이기도 했다. 1만8천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화 <성녀 잔 다르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여자는 후속작 <슬픔이여 안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참이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다 결혼해서 배우자가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끌렸고, 숱한 장애와 난관을 이겨내고 결혼에 이르렀다. 로맹 가리(1914~1980·사진 왼쪽)와 진 세버그(1938~1979·오른쪽) 이야기다.
모로코 출신 프랑스 작가 폴 세르주 카콩이 쓴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은 이 세기의 커플이 처음 마주친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진과 로맹이 각각 약물 과용과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타고난 바람둥이였던 로맹은 말할 것 없고 진 역시 동료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 숱한 남자들과 염문을 뿌렸으며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택했지만, 둘의 관계는 그런 곡절에도 불구하고 연민과 우정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미국 아이오와 출신으로 흑인민권운동에 적극 가담해 왔던 진이 연방수사국(FBI)의 지속적인 감시와 공작에 시달린 끝에 결국 약물 중독으로 숨지자 로맹은 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자로 에프비아이를 지목했다.
진이 자신을 떠난 뒤에도 아버지처럼 돌보며 경제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로맹은 진이 죽은 이듬해 그 뒤를 따르는데, 그가 유서 삼아 남긴 메모는 이러했다. “진 세버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깨진 사랑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길.”
책에서는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전무후무하게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유명한 일화의 뒷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출판사 마음산책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발표된 마지막 소설 <솔로몬 왕의 고뇌>를 함께 선보였고 2007년에 나왔던 <가면의 생>(이상 김남주 옮김) 역시 다시 펴냈다. 이어 올해 안에 로맹 가리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흰 개>와 <이 경계를 넘어서면 당신의 승차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를 내놓는 등 로맹 가리의 소설 십여권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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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1914~1980, 왼쪽)와 진 세버그(1938~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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