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랑스혁명’ 들고온 일본 작가 사토 겐이치
‘소설 프랑스혁명’ 들고온 일본 작가 사토 겐이치
“프랑스혁명은 성공한 혁명이 아니었습니다. 자유·평등·박애라는 근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창했지만, 자유와 평등을 양립시키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혁명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인류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설 프랑스혁명 1~4>(김석희 옮김, 한길사)의 지은이인 일본 작가 사토 겐이치(44·사진)는 “프랑스혁명이 제기한 근대 민주주의의 세 가치를 온전히 세움으로써 다음 단계에 대비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설 프랑스혁명>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방한한 사토는 10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호쿠대학원 서양사를 전공하던 1993년 그는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진로를 바꾸었고 99년 <왕비의 이혼>으로 ‘제121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전공을 살려 주로 서양사 소재의 소설을 써 온 그는 <소설 프랑스혁명>을 내년 9월까지 모두 12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귀족 출신인데도 제3신분 대표로 의회에 입성한 미라보, 냉혹한 혁명가로 알려진 로베스피에르, 바스티유 봉기를 촉발시킨 변호사 데물랭 등을 주인공 삼아 1789년부터 1794년까지 프랑스혁명의 전 과정을 조망한다.
“저는 일본인이라기보다는 아시아인이라는 자각이 더 큽니다. 지금 우리는 15~18세기에 이루어진 유럽 문명의 토대 위에 살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의 독자들 역시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유럽 문명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다가올 아시아의 미래를 구상했으면 합니다.”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이 자유를 택했고 소련과 공산 국가들은 평등을 택했지만 결과는 양쪽 다 실패였다”며 “중국 문명에서 파생된 아시아 사회에는 공동체 유지를 중시하는 유교 정신이 있기 때문에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치를 양립시키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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